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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 깜빡” “면접복장 옷가방 놓고 내려”…지하철 유실물 천태만상

중앙일보

입력

승무 직원들이 손님들이 지하철에 두고 내린 물건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승무 직원들이 손님들이 지하철에 두고 내린 물건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잃어버렸었는데, 정말 소중한 사진이에요.”
서울 지하철 한 역사에 전화가 걸려왔다. 지하철에 손님이 두고 내린 사진을 주워 유실물 정보 홈페이지에 등록했더니 곧바로 온 연락이었다. '정말 소중한사진'이라고 했던 것은 보자기에 곱게 싸여있던 영정사진. 유실물센터는 신분 확인을 거쳐 이 사진을 주인에게 돌려줬다.

1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서울 지하철 습득 유실물은 총 11만3106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310건의 분실물 신고가 이뤄지는 셈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것은 뭘까. 1위는 지갑(21%·2만3933건)이었다. 다음으로는 가방(18%·2만438건), 휴대전화(17%·1만8670건)가 뒤를 이었다.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물건 10개 중 7개는 주인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복장 잃어버렸어요”

서울 지하철 월별 유실물 접수 통계 [자료 서울교통공사]

서울 지하철 월별 유실물 접수 통계 [자료 서울교통공사]

하루 평균 약 750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깜빡 놓고 내리는 물건은 다양하다

취업준비생 A씨는 면접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옷 가방을 잊고 내렸다. 면접을 볼 때 입으려던 정장이 들어있는 옷 가방을 잃어버린 A씨는 곧장 지하철 고객안전실을 찾아갔다. 역사 직원들은 A씨가 열차에서 내린 시간과 위치를 신속히 파악해 옷 가방을 찾았다. 면접 45분을 앞두고 옷 가방을 받아든 A씨는 무사히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결혼식 방명록을 놓고 내린 경우도 있었다. 서울 4호선 열차 종점인 당고개역 직원은 방명록을 주워 해당 예식장에 전화를 걸었다. 방명록 주인 B씨는 “덕분에 하객들에게 빠짐없이 감사 인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필요없는 물건을 일부러 버리고 가거나 자신의 물건이 아닌데도 가져가려고 하는 일부 승객들로 인해 난감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위치나 시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무작정 '찾아달라'고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중요한 물건이니 찾아오라'고 소리치는 막무가내형 승객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서 물건 잃어버렸다면

서울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 보관돼 있는 물건들. [사진 서울교통공사]

서울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 보관돼 있는 물건들. [사진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는 우선 물건을 두고 내렸을 때 분실한 위치와 시간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열차에서 내린 시각과 문 위치, 물건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분실물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에서 잃어버렸을 때도 비슷하다. 잃어버린 시간과 장소를 파악해야 한다. 단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으로 물건이 빠진 경우엔 지하철 운행이 종료된 뒤인 심야에만 찾을 수 있다. 물건을 못 찾았다면 경찰청 통합 유실물 관리 사이트인 '로스트112'나 모바일 앱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김성은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장은 “잃어버리기 쉬운 지갑, 가방 등에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넣어두면 분실했더라도 주인을 거의 100% 찾아 돌려줄 수 있다”며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역 직원에게 바로 신고하고, 유실물 관리 홈페이지에서 유실물을 검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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