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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코로나19 유행기 염증성 장 질환자의 자기관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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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홍성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초기에 발발했을 때는 금세 사그라들 것만 같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일상생활 곳곳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병원 내원 및 복잡해진 진료 절차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는 것도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의 일부분이다. 특히 필자의 입장에서는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이 면역 체계와 관련성이 높은 만성적인 기저질환으로 인해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의 어려움이 더 가깝게 와 닿는다.

전문의 칼럼

 염증성 장 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을 가리킨다.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의사의 안내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장관의 점막 면역 체계의 비정상적인 활성을 조절하기 위해 면역억제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하면 코로나19를 포함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많은 환자가 염증성 장 질환 약제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염증성 장 질환 약제 중단에 의한 악화 위험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초과하기에 규칙적으로 약물을 계속 복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항염증제인 아미노살리실산은 면역 기능 저하를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면역조절제는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인체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지만, 중단한다고 해도 체내에서 약효가 사라지는 데 몇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중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물학적 제제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며, 중단하더라도 1~2개월 체내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위험으로 생물학제제를 중단하는 것 역시 권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서 중증·중등도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생물학적 제제를 자의로 중단하는 경우 질병을 악화시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면서 불필요한 여행과 대규모 모임 참여를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염증성 장 질환이 안정적인 관해기로 잘 유지되고 있다면 병원 방문 간격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다소 늘릴 수는 있다. 또 예상치 못하게 병원 방문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여분의 치료 약물을 넉넉하게 보유하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고 치료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꼭 주치의에게 상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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