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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75억 뇌물 받았다···中 발칵 뒤집은 여인에 징역 18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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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성 고등법원 부원장 장쟈후이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37명으로부터 4375만 위안(약 75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민일보 캡쳐]

하이난성 고등법원 부원장 장쟈후이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37명으로부터 4375만 위안(약 75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민일보 캡쳐]

중국 고등인민법원 판사가 수십억 대의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하이난성(海南省)고등법원 부원장 장쟈후이(张家慧)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37명에게 4375만 위안(약 75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지난 4일 밝혔다.

인민일보는 “돈을 받으면 유리한 판결을 해 법 집행 기관을 유린했고, 중국 사법 정의를 훼손한 엄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뇌물 상납 37명 중 18명이 변호사

장자후이 사건은 판결문만 158페이지에 뇌물을 바친 사람이 37명이고 그로부터 파생된 관련 인물만 수백 명에 이른다. [신경보 캡쳐]

장자후이 사건은 판결문만 158페이지에 뇌물을 바친 사람이 37명이고 그로부터 파생된 관련 인물만 수백 명에 이른다. [신경보 캡쳐]

장쟈후이에 뇌물을 준 37명 중 18명이 변호사였다. 나머지 19명은 기업 관계자, 법조 브로커 등이다. 이들 변호인은 기업을 대신해 장 판사에 접근했고 수시로 뇌물을 상납했다.

2019년 3월 당시 인민일보 하이난지사 편집 주임이던 딩팅(丁汀)은 주식 양도 분쟁 1심 소송에서 패소하자 장쟈후이를 찾았다. 이후 장쟈후이가 판사로 있는 고등법원에 항소했고, 장 판사는 동료인 담당 판사와 딩팅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2심은 딩팅의 손을 들어줬고, 그는 2000만 위안 상당의 주식을 양도받았다. 몇 달 뒤 딩팅은 300만 위안(5억1000만원)이 든 두 개의 현금 상자를 장쟈후이에 상납했다.

하이난 팡원(方圆) 법률사무소 이사는 핑안(平安)은행 하이커우지점 자금 분쟁 사건, 무역회사간 분쟁 사건 조정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주기적으로 수십만 위안(수억원)을 건넸다. 다른 변호사는 매년 설 때마다 장쟈후이의 집을 찾아가 20만 위안(3400만원)을 건네는 등 2013년부터 2019년까지 140만 위안(2억3800만원)을 바치기도 했다.

정부 토지 보상액 391억이 727억원으로 둔갑

장쟈후이의 뇌물 공여자 37명 중 18명이 변호사였다. 나머지 19명은 각종 기업 관계자, 법조 브로커 등이다. [신경보 캡쳐]

장쟈후이의 뇌물 공여자 37명 중 18명이 변호사였다. 나머지 19명은 각종 기업 관계자, 법조 브로커 등이다. [신경보 캡쳐]

2015년 하이난 따야투자공사는 자신들이 보유한 토지가 정부의 계획 변경으로 수용될 상황에 처했다. 투자공사 대표 장린동(张林東) 회장은 정부 보상 기준이 낮다고 판단해 하이난성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평소 교분을 유지해 온 장 판사에 접근했고, 장 판사는 사건을 맡은 수영구 판사 간원핑(甘文萍)을 만나 따야 측의 손을 들어주라고 했다.

소송 결과 따야투자공사의 토지 보상액은 2억3000여 위안(약 391억원)에서 4억2800 위안(약 72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장린동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장 판사와 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 100만 위안(1억7000만원)을 대가로 건넸다. 중국 신경보(新京报)는 “인사 한 번에 보상액이 2배로 늘어났다”며 “사법 부패 사슬이 정부 세수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장자후이 사건은 판결문만 158페이지, 뇌물을 바친 37명 외에 관련 인물만 수백 명에 이른다. 매 사건 모두 법조계, 기업계는 물론 정·관계가 연루됐다. 여기에 장 판사는 법원 내 인사에도 관여해 정기적으로 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 법원 평가 지위 악용…하급 판사에 압력

중국 법조 매체 법제운방보(法制云播报)에 따르면 장 판사가 사법 행정에 개입하는 방식은 "거칠고 다양했다”고 한다.

장 판사는 하급 판사들에 전화를 걸어 관련 당사자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거론하며 경고했다. 고등법원 부원장이었던 장 판사는 하위 인민 법원과 직원의 승진,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법원은 장 판사에 대한 판결문에서 “장자후이의 지위가 사건 처리와 하급 법원 인사들의 행동에 명백한 영향력과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관련자 수와 뇌물액이 상당하며 상황의 심각성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오랫동안 중요 직책에 있으면서 관련 감독과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다”고 논평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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