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연구용 인간배아 복제 금지안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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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는 생식용은 물론 의학연구와 질병치료용 인간배아 복제까지 모두 금지하는 법안을 10일 가결했다.

이에 따라 복제인간을 탄생시키는 생식용 인간배아 복제가 금지되는 것은 물론 인간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학.과학실험도 제한받게 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효에 앞서 1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럽의회에서 오는 6월에 한 차례 더 표결을 거쳐야 한다.

당초 이 법안은 인체 조직과 세포의 기증, 보관, 배포에 관한 안전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유럽의회내 보수파 기독교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줄기세포의 이용을 제한하는 50여개 수정조항을 이 법안에 추가했다.

이 법안의 반대파들은 배아 줄기세포의 연구 제한은 의학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노동당 환경문제 대변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보우 영국 노동당 의원은 "종교적 보수파가 도덕적 견해를 밀어붙인 것은 유감"이라면서 "이 문제에 관해 유럽에서 도덕적 합의가 이뤄진 바 없기 때문에 개별국의 결정에 맡겨야 하며 6월 재표결 때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2001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인간배아 복제를 허용한 영국의 학술원 총재인 메이 경도 "이 법안의 당초 의도는 기증된 세포와 조직 수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었으나 소수 광신자들이 지침의 적용범위를 독단적으로 확대해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수정안을 제안했던 오스트리아 기독민주당의 마리아 루이스 플레밍은 "수정 순간부터 한 인간으로서 모든 개인적 특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인간복제 금지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엔은 2001년에 인간복제에 관한 국제협약을 성안할 위원회를 설치키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이 위원회의 활동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은 바티칸과 필리핀, 스페인 등과 함께 인간배아 복제를 전면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생식용 인간배아 복제는 금지하되 연구 및 의학실험용 인간배아 복제는 미래의 검토과제로 남겨두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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