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에 사스 전염시킨 싱가포르 여성]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에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3천여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싱가포르인 100여명을 집단 감염시킨 이른바 '슈퍼바이러스전파자'인 에스터 목이란 싱가포르 여성이 의료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튜어디스 출신인 26세의 에스터 목은 지난달 홍콩으로 쇼핑을 갔다가 사스에 감염, 자신은 완쾌됐으나 부모와 교회 목사를 포함해 싱가포르인 100여명에게 사스균을 전파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지난달 1일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들은 미처 사스에 감염된 환자인줄 모르고 가족들과 교회 목사, 신도들의 병문안을 허락했다. 결국 부모와 담임 목사가 사스로 목숨을 잃었고, 삼촌은 아직 이 병을 앓고 있으며, 할머니와 오빠도 이 병에 걸렸다 회복됐다.

사스 감염자 118명, 사망자 9명을 낸 싱가포르에서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감염자들은 목으로부터 병원균을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콩의 사스 진원지인 메트로폴 호텔에 지난 2월 투숙했던 다른 싱가포르 여성 2명도 의료진의 의혹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사스를 퍼뜨리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부모와 목사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현재 병원에 격리조치 중인 목이 주변에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채 본인은 아무 탈 없이 회복된데 대해 의료진은 의아해하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 산하 전염병통제센터 추 수옥 카이 소장은 사실상 "에스터 목이 우리 모두를 감염시켰다"면서 "다른 감염자들과 달리 어떤 감염자들은 그렇게 빨리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의문은 목과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스를 집단 감염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다른 '슈퍼바이러스전파자'인 캐나다인 콴 시우 치우와 중국계 미국인 조니 첸은 모두 사망했으나 위독한 증세였던 목은 거뜬하다는 것.

이 때문에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한 전문가는 이번주 사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염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사스를 가장 많이 전염시켜 큰 피해를 입힌 목이 어떻게 자신은 완쾌될 수 있었는가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함으로써 사스의 전염경로를 찾아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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