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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코로나"…아이 한번 못 보고 떠난 엄마, 美전역 울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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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를 임신 중인 에리카 베세라. [트위터 캡처]

디에고를 임신 중인 에리카 베세라. [트위터 캡처]

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한 직후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사연이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를 통해 소개되며 미국 전역을 울리고 있다. 산모로부터 모정을, 신생아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 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NBC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에 사는 33살의 건강한 산모였던 에리카 베세라는 지난 지난달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뱃속에는 임신 9개월째인 둘째 아이가 있었다. 베세라의 이모 클라우디아 그라시아에 따르면 약간의 몸살과 흉부 압박감을 제외하면 집에서 지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병세가 심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베세라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주로 호흡기 관련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남편은 베세라를 병원으로 옮겼고, 병원에선 유도분만을 권유했다. 출산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5일의 일이었다.

베세라는 남아 아이를 낳았다. 이름은 아버지에게서 따와 디에고라고 지었다. 그러나 베세라의 상태가 더 악화했다고 한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베세라는 출산 직후 아이를 안고 어르는 대신 삽관을 받아야 했다고 NBC는 전했다.

결국, 베세라는 지난 3일 세상을 떠났다. 출산하고 18일 만이다. 그의 가족은 NBC에 베세라가 아이를 낳은 뒤 한 번도 디에고를 안지 못했다고 전했다. 딱 한 번, 의료진이 베세라의 뺨 옆에 아이를 데려간 적은 있지만, 베세라의 가족들은 베세라는 아이가 거기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심각했다는 의미다.

에리카 베세라(가운데)의 가족들은 베세라의 추모와 장례를 위해 고펀드미(Gofundme) 사이트에 후원 계좌를 열었다. [사진 고펀드미 캡처]

에리카 베세라(가운데)의 가족들은 베세라의 추모와 장례를 위해 고펀드미(Gofundme) 사이트에 후원 계좌를 열었다. [사진 고펀드미 캡처]

베세라가 입원 치료를 받던 헨리포드 병원의 의료진은 베세라가 분만 합병증이 아닌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알렸다. 그라시아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이라는 것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며 "모두가 이 망할 바이러스의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이해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이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세라의 가족은 디트로이트에서 베세라를 위한 작은 추도식을 열 예정이다. 그라시아는 아이들이 자라면 베세라에 대해 모두 말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그라시아는 "나는 아이들의 엄마가 영원히 아이들의 심장 속에 머물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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