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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부족…한국인 뼈대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안산에 사는 정모(82)할머니는 전형적인 '꼬부랑 할머니'다. 젊을 때는 키가 1m58㎝로 꽤 큰 편에 속했으나 지금은 등뼈가 굽어 1m50㎝도 채 안돼 보인다.

정할머니는 "자식 7명을 낳아 기르느라 이렇게 됐다"며 "우리가 젊을 때 임신.출산한다고 해서 달리 먹을 게 있었나"라고 반문한다.

만약 이 할머니가 어릴 때 우유를 많이 마시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다면, 또 임신(엄청난 양의 칼슘이 뼈에서 빠져나가 태아에게 전달됨)기간이나 젖을 먹이면서 칼슘을 충분히 섭취했다면 60대 이후에도 꼿꼿한 체형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강릉대 식품과학과 김은경 교수).

우리 몸에서 칼슘이 부족하면 골밀도와 골질량이 감소한다. 골다공증에 걸리기 쉬워진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김진옥 실장은 "칼슘을 적게 섭취하면서 출산횟수가 많고 장기간 햇볕을 쪼이지 못한 여성은 허리가 구부러지고 골절이 잘 생기는 골연화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며 "어린이는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골격과 치아의 석회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성장 저해.구루병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칼슘이 부족할 때 칼슘 섭취량을 높이면 고혈압이 정상화되며 고 콜레스테롤혈증.당뇨병.대장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충분히 먹으면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을 많이 몸 밖으로 배설시켜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의 혈중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이처럼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칼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관심과 홀대는 무모하다고 할만큼 지나치다. 모든 영양소 가운데 가장 섭취율(권장량 대비)이 낮은 것이 바로 칼슘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1년 실시해 지난 달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약 3천4백가구.1만여명 대상, 3년마다 실시)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4백97㎎(1998년 조사시는 5백11㎎)이었다.

이는 칼슘 하루 섭취 권장량(7백㎎)의 7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성장기인 13~19세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의 55%에 불과했다.

◇ 흡수가 중요하다

섭취한 칼슘은 20~40%가 장(腸)을 통해 흡수된다. 이 흡수 과정에서 여러 요인들이 관여해 흡수를 방해하거나 돕는다.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은 "골격 발달이 왕성한 어린이의 칼슘 흡수율(40%)은 성인(30%)보다 높다"며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므로 칼슘 흡수율이 20% 정도로 낮아진다"고 조언한다.


식사 내 인(燐)의 공급량이 칼슘보다 상대적으로 많으면 칼슘의 흡수.이용률이 떨어진다.

수산염이 많이 든 시금치.무청.근대 등과 피틴산염이 많이 든 밀기울.밀.콩류 등을 즐겨 먹어도 칼슘의 흡수가 방해받는다.

식이섬유를 지나치게 섭취하거나 장(腸)내에 지방산이 다량 존재하면 칼슘이 식이섬유.지방산과 결합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므로 흡수율이 떨어진다. 차의 떫은 맛 성분인 탄닌.운동 부족.스트레스 등도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 성인도 우유 마셔야

이번 국민건강.영양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주로 우유.멸치.배추김치.두부.무청 등을 통해 칼슘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세까지는 우유가, 30세 이후엔 멸치가 최고의 칼슘 공급식품이었다.


칼슘은 우유.치즈.요구르트 등 유제품에 풍부하다. 우유 2백㎖(소형 포장 1팩)엔 칼슘이 2백24㎎, 요구르트 1백㎖엔 1백66㎎이나 들어 있다. 우유 3팩이면 하루 권장량을 거의 채울 수 있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데워 마시거나 우유 대신 칼슘이 첨가된 주스.과자.시리얼 등 칼슘 강화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우유.유제품은 칼슘의 흡수를 돕는 유당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체내 이용률이 높다.

뼈의 성장이 완성된 성인도 매일 우유를 마셔야 할 이유가 있다. 뼈는 한번 만들어지면 콘크리트처럼 변함없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8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뼈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도시 주민들의 하루 평균 우유 섭취량은 74g, 농촌 주민은 57g에 그쳤다.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굴.해조류 등도 칼슘의 좋은 공급원이나 흡수율은 우유보다 떨어진다. 녹색 채소는 칼슘 함량은 상당히 많지만 흡수율은 낮다.

◇ 칼슘 과잉 섭취도 문제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무방하나 하루 1천㎎ 이상의 칼슘을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은 안된다. 과다 출혈.뼈의 연화 등 칼슘 중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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