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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경제 3법’ 다수결 표결로 상정…野 “마구잡이 입법 독재”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간사(왼쪽),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 등 쟁점 법안의 상정 여부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간사(왼쪽),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 등 쟁점 법안의 상정 여부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원만하게 잘 진행돼서 정무위는 ‘모범적인 정책 상임위’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하지만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내고자 한다.“

7일 오후 4시,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예정에 없던 의사진행 발언을 하자 회의장이 술렁였다. 예금자보호법 등 비쟁점 법안 18건을 여야 합의로 원만히 처리한 직후였다. 김 의원은 이른바 ‘경제 3법’에 포함된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 등 쟁점 법안 21건을 상정해달라고 요청했고, 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의사일정 동의가 성립됐다”고 밝혔다. 174석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가 다시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후 회의장은 난장판이 됐다. 야당은 “의원들의 법안에 대한 심의권을 부당하게 침탈한 직권남용 행위”(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위원장의 회의 진행이 국회법에 어긋난다”(유의동 국민의힘 의원)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사회적참사특별법 등 3건을 안건조정위원회에 상정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 속에서 지금 대안도 없이 심의를 못 하게 해온 사안들이 있지 않냐”(김한정 의원), “국회법상 문제가 없다”(유동수 의원)며 맞섰다.

양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국회 정무위는 4시간 뒤 회의를 다시 열어 고성이 오가는 격론 끝에 법안 21건을 다수결 표결에 부쳐 안건으로 정식 채택했다. 국회 내에선 “다수 완력으로 밀어붙이려는 게 7월말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법안을 처리할 때와 똑같다”(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관전평도 나왔다.

당일 공청회 뒤 기습상정 

이날 민주당이 상정한 법 가운데 공정거래법은 전면개정안이고, 금융그룹감독법은 새로 생겨나는 제정법이다. 두 법 모두 정부가 지난 9월 1일 발의했고, 민주당은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추진해 왔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에 두 법을 안건으로 올려 두 차례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공정거래법의 경우 민주당은 논란이 컸던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조항을 제외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일단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추진하되 전속 고발권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다는 취지다.

금융그룹감독법의 경우엔 제정법인 터라 국회법상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전문가 의견청취를 진행했지만, 30분 만에 국민의힘 등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고 항의하며 퇴장해 파행을 겪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이번 공청회는 원천 무효”라며 “지금 여당이 하는 것은 입법독재다. 이 법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통과해선 국민 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7일 오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한 의견청취 절차가 진행되자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사일정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여당의 모습은 오로지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7일 오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한 의견청취 절차가 진행되자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사일정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여당의 모습은 오로지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이에 민주당 간사 김병욱 의원은 “오늘 법안소위에서 가결하지 않는다”며 “(공청회인지 간담회인지에 대한) 법률 판단은 유보한다. 장·단점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1시간 20여분 뒤 민주당은 법안 소위를 건너뛴 채 전체회의에 금융그룹감독법을 기습 상정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여수신업,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집단 가운데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곳을 금융그룹으로 묶어 감독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 간 내부 거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금융사들은 “삼성·한화·현대차 등 6개 그룹을 겨냥한 과도한 대기업집단 규제”라며 난색을 보인다. 야당이 “이 법은 대한민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워낙 크다. 전투하듯 통과시키면 안 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21개 법안 가운데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은 8일 오전 안건조정위 회의를 거쳐 처리될 전망이다. 모두 6명인 안건조정위원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배진교 정의당 의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안건조정위에선 6명 가운데 4명이 의결하면 해당 법안이 바로 정무위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현행 의석 비율로 볼 때 안건조정위만 통과하면 9일 본회의 상정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당론이었던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이 법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에 공법단체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일각에서 요구해온 유가족의 범위에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 형제·자매까지 추가하는 조항과 생활조정수당 지급 조항은 다른 유공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포함하지 않았다.

오현석·박해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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