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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뢰 되찾겠다”는 변창흠…더 센 김현미인가, 수정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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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말과 행보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집값이 꿈틀대고 전셋값이 치솟으며 주택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부 수장 교체가 부동산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리면서다. 3년 6개월간 24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오히려 시장의 실패”(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라고까지 옹호하는 ‘김현미 표 규제책'이 그대로 이어질지, 더 세질지, 아니면 궤도 수정을 할지 주목된다.

문 정부 첫 국토부 수장 교체 #정책 노선 변경될지 시선집중 #이론은 같지만, 실행 디테일 다를 전망

변 후보자는 7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신뢰 쌓기의 방법론으로 “팩트를 체크하겠다. 시장 상황부터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이 쏟아낸 규제책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지금의 시장을 의식한 일성이었다.

“공급부터 챙기겠다”

변 후보자는 “서울 등 수도권 차원에서 주택 공급 계획을 안정적으로 보여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 관련 정책이 막연하게 전달돼 시장에 공급이 없다는 신호를 줬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국공유지, 역세권, 준공업지를 활용하는 계획을 안정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신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여론에 임기 내내 “공급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던 김현미 장관과 다른 지점이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공급보다 다주택자 규제 등 수요 억제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펼쳤다. 업계에서 “통상 새 정권이 들어서면 택지부터 확보하고 공급 계획부터 짜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돌 정도였다.

변 후보자가 어떤 식으로 주택을 할지도 관건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서울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1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서울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1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전·월세 시장 어려운 부분 보겠다"

전·월세 시장을 급등시킨 임대차법에 대한 기조는 비슷하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김현미 장관은 11ㆍ19 전·월세 대책 관련 브리핑장에서 “임대차 3법 개정 이후 세입자들이 전셋값 부담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임대차 3법은 집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소중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전ㆍ월세계약갱신율이 법 시행 전에 57.2%였던 것이 10월에는 66.2%까지 높아진 것을 근거로 들면서다.

변 후보자는 학계에 몸담고 있을 시절부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통해 ‘2+2+2년’이나 ‘3+3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변 후보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월세 시장은 당초 의도와 현장에서 다르게 작동되는 부분이 있는지, 특히 어려운 부분이 있는지 파악해서 수정할 수 있는 사항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전향적인 태도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틀을 유지하면서 지나치게 전세 시장을 압박하는 일부 문제점을 미세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촉구 대형 현수막 붙은 목동아파트. [연합뉴스]

재건축 촉구 대형 현수막 붙은 목동아파트. [연합뉴스]

"불로소득 차단" 

재건축 규제 완화 관련해서도 기존 노선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재임 내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강경노선을 유지해왔다. 변 후보자도 주택을 공급할 때 공공 주도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시세차익은 공공이 환수해 불로소득을 막아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 대안으로 토지임대부ㆍ환매조건부 주택, 즉 ‘공공 자가주택’ 개발을 설파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지분은 정부가 갖고, 주택 소유권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공공이 지어 분양하고 분양자가 집을 처분할 때 공공에 정해진 가격에 팔아야 한다. 변 후보자는 “(재건축 활용 방안 관련) 국토부가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의 도시계획 권한이 있는 만큼 협의해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우려 교차

시장에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교차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뀐 게 아니어서 장관이 바뀌었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소통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니 세부적인 부분에서 달라지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는 "직접 사업을 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거치면서 현실주의적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 장관보다 전문성 있고 시장이 왜 작동 안 되는지 이해도 있어 나을 것 같지만, 본인의 신념이 강해서 다주택자 규제 등은 더 강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 공급은 탄력적으로 하더라도 불로소득 등 투기 억제는 더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치 탓에 그간 ‘모 아니면 도’ 밖에 없었던 정책에 전문가적 합리성을 더해 특히 임대차 시장에서 공공임대 물량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민간임대사업자 통해서 주거 공급을 할 수 있게끔 민간에 길을 열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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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ㆍ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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