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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고래처럼 살면 장수한다

중앙일보

입력

1773년 영국의 탐험가였던 제임스 쿡 선장은 통가왕국 왕실에 '투이 마릴라'란 마다가스카르 거북이를 선물했다.

이 거북이는 왕실의 보살핌 속에 1965년까지 살다가 죽었다. 무려 1백92세 넘게 산 것이다. 기네스북에 정식으로 기록된 가장 오래 산 거북이다.


'푸테'라는 암컷 유럽 뱀장어도 1948년 스웨덴 헬싱보르그 박물관에서 88세까지 살다 죽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쌍각류란 조개는 2백20세까지, 고래는 1백20세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동물들이 노화연구의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로부터 무병장수의 비결을 과학적으로 끌어내고자 함이다. 대표적 사례가 1995년 미국 포틀랜드에 설립된 백세 장수동물 연구팀이다.

저명한 동물 노화학자 존 구에린 소장을 중심으로 오리건대학과 로체스터대학 등 10개 연구진이 분야별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실험대상은 록 피시(Rock fish, 곤들매기)다. 알래스카 연안에 서식하는 록 피시는 1백50세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록 피시는 거북이나 고래보다 크기가 작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머리뼈에 있는 이골(耳骨)의 나이테를 통해 연령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연구용 장수동물로는 적격이란 것.

일본의 저명한 장수학자인 고토 마코토 박사도 그의 저서 '120세 불로학'에서 이들 동물에서 장수의 지혜를 배워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장수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어떤 비결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정답은 의외로 만만디('천천히'의 중국어)에서 나온다. 우선 호흡을 보자. 장수동물들은 예외없이 느리고 깊게 호흡한다.

장수동물 가운데 사람과 가장 유사한 포유류인 고래는 수면 위에서 한번 숨을 들이킨 상태에서 30분 동안이나 잠수할 수 있다.

거북도 악어 등 다른 파충류에 비해 호흡이 깊고 느리다.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나 질병에 걸려 허약한 상태에선 얕고 빠른 숨을 쉬게 된다.

생활참선을 창시한 원로과학자 박희선 박사는 "사람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산소는 1천2백㎘로 정해져 있다"며 "고래와 거북에서 보듯 느리고 깊은 숨을 쉬어야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식호흡 등 훈련을 통해 분당 2~3회 숨을 쉬면서도 일상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 올해 84세인 박희선 박사는 2001년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등반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굼뜬 행동도 오래 사는 비결이다. 거북이나 고래는 물론 80세까지 산다는 코끼리까지 모두 느림보 일색이다. 록 피시도 행동이 느려 가장 낚시가 쉬운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반면 가장 민첩하고 빠른 동물인 쥐는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수명이 짧아 2~3년 밖에 살지 못한다. 사람도 성격이 조급한 사람일수록 심장병에 잘 걸리는 등 수명이 짧다.


장수학자들은 운동을 선택할 때 다소 느리더라도 오래 할 수 있는 종목이 좋다고 권유한다. 걷기나 등산.골프.체조.수영 등이 권장된다.

달리기나 구기종목은 체력향상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너무 많이 할 경우 오히려 장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의 직업 선수들이 일반인보다 짧은 수명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북과 고래, 록 피시 등 장수동물들이 한결같이 물에서 산다는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물은 신진대사 과정에서 과열된 몸을 식혀주는 냉각수 역할을 한다.

이들 동물의 만만디를 가능케하는 환경도 주위의 물 때문이란 설명이다. 냉각수가 부족한 엔진일수록 쉽게 망가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의 경우 평소 물을 많이 마시면 된다. 동시에 생활환경을 다소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효율과 성과란 과제 속에 허덕이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급발진.급정거에 익숙하며 주행 도중 자신도 모르게 과속 페달을 밟게 된다. 그러한 생활습관이 각자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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