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응시자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는 일부 수험생들은 고사장에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고려해 수능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51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400명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500명대로 올라섰다.
학교와 학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학생 확진자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의 수험생 확진자는 총 37명이다.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은 430명으로 파악됐다. 확진자 가운데 수능을 보지 않는 2명을 뺀 35명은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다.
대학별고사 불똥 걱정…수능 포기 고민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고사장 내 감염 가능성을 우려한다. 수능 날 다른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 되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대학별고사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대학은 확진자의 대학별고사 응시를 제한한다. 자가격리자의 예체능 실기고사 응시를 막는 곳도 많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이모(18)양은 "수시 논술과 적성고사를 남겨두고 있는데, 자가격리되면 응시할 수 없다"면서 "수시 중심으로 입시 전략을 짜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수능 응시를 포기할까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능 응시 포기를 고민하는 글은 수험생 커뮤니티에 하루에도 여러 건씩 올라오고 있다.
불이익을 걱정하는 응시자가 증상을 숨기고 수능을 볼 가능성도 걱정한다. 교육당국은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응시자를 위한 별도 시험실을 마련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증상을 숨길 수 있다는 우려다. 입실 전 발열 확인을 의무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낮은 기온의 영향으로 정확성이 떨어질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수험생 학부모 김모(47)씨는 "자발적으로 증상이 있다고 얘기하거나 미리 진단검사를 받지 않으면 누가 감염됐는지 알 수 없지 않냐"며 "대학별고사가 끝날 때까지 숨기려는 응시자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발열 확인 정확도 떨어져…증상 숨길까 걱정
정부는 수능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각각 학교와 학원 현장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수능 후 대학별 평가 일정을 고려했을 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정부가 여러 지자체·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비상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고사장 내 감염을 막고 확진 학생의 수능 응시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수능 전날 2일 오후 10시까지 보건소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한다. 수험생은 다른 피검사자보다 먼저 진단 결과를 통보해, 확진된 학생이 병원 등에 마련된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교육계에서 확진·자가격리자의 대학별고사 불이익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교육부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학원 현장점검을 나온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각 대학에 격리자와 확진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면서도 "하지만 최종 판단은 대학이 하는 거라 대학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