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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와우 피 사건'과 닮은 코로나, 블록체인 답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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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리자드]

[이대승’s 블록체인 헬스케어] 2005년 9월 13일. 거대한 역병이 돌았습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돌았던 질병은 아닙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라는 게임에서 발생했던 ‘오염된 피 사건'을 말하는 것입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유사한 일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현실과 닮은 ‘와우 오염된 피 사건’…논문까지 실렸다

WoW 속 ‘오염된 피'는 전염성이 있는 강력한 저주이지만, 본디 특정 구역 내에서만 발생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유저들이 데리고 다니는 애완동물인 ‘펫’을 통해 지정 구역 밖으로 퍼져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Non-player character, 유저가 조종하지 않는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옮겨가기 시작했죠. NPC는 현재의 ‘무증상 감염자'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오염된 피’는 일파만파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감염된 구역 근처에서는 접근을 하지 않도록 통행을 막고 여기저기 알리는 자생적인 방역 활동이 벌어졌습니다. ‘힐러'들은 스스로 의료진의 역할을 하며 봉사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사태처럼 가장 취약한 집단인 초보자들이 먼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회복 약물을 파는 비즈니스도 성행했으며, 심지어는 일부러 감염된 뒤 타 지역에 전파하는 테러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에는 사건과관련된의학논문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의학 잡지인 Lancet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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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이언스다이렉트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무증상 감염자들이 의식도 하지 못한 채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정 구역을 폐쇄하는 방역 활동이 일어나며, 개발자들이 스스로 코로나 방역 지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마스크와 세정제를 파는 비즈니스로 한 몫 챙기기도 하는 현실의 상황이 게임 속에서 벌어졌던 일과 겹쳐 보입니다. 

게임과 같은 가상세계의 현상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현상은 학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게임 속은 현실과 달리 무한히 부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 회사 측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오염된 피 사건'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개임 개발사인 블리자드에게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에서 이런 분석이 이루어 진다면 어떨까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그 답이 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반 SNS인 스팀(STEEM)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팀에서는 페이스북처럼 다른 이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고, Upvote(페이스북의 ‘좋아요'에 해당하는 기능)를 누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에서 나오는 이자를 글쓴이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습니다. 글 쓴 기록 ‘좋아요'를 누른 기록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어 있기에 서로가 어떤 관계인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서로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 얼마나 가까운지, 폐쇄적인지 개방적인지, 큰 집단인지 작은 집단인지를 파악하고 행동 패턴을 연구할 수 있죠. 실제로 가치가 있는 암호화폐가 오가는 행동이기에 스팀의 Upvote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보다도 더 신중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집단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죠. 

https://lh4.googleusercontent.com/0gnlyuHM83EoiXW8A_B6fBFLDNnv8XgvVSoPKXq0yUale_TGjWBybQvsXFhtAWIp2NwPeoKeTy1buH35hm8hizHwZXd1XbWPqYQ6v_wMuJaHFokXqzhp5RLpJyg_aap7mXGeW6gA

롭게발표된논문에서는 블록체인 겜블 게임인 Etheroll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도박과 관련한 심리를 연구합니다. 판돈의 규모는 어떻게 분포하는지, 이길 수 있는 확률에 따른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큰 규모의 암호화폐를 걸고 도박을 하는 큰손들의 행동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분석합니다. 기존의 게임이나 SNS의 사용자 이용 데이터들은 사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어 학계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에게 가치 있는 데이터라 할지라도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된 사람들의 행동은 이처럼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디앱(DApp)이 다양해진다면 사회의 변화로 인한 인간 행동이 변화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특정 행동 양식과 관련한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사회적 양상은 인간 행동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이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결 방식도 꿈꿀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결책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강구돼야 할 것입니다. WoW 속 세계는 급격히 퍼지는 팬데믹을 해결하지 못해 게임 속 세계를 다시 시작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엔 리셋이란 없으니까요.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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