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건강] 정액에 피 섞이는 혈정자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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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어느 부위에선가 피가 나오면 암에 걸렸거나 심각한 이상이 생긴 징후로 여기며 불안감을 가진다. 특히 성행위의 절정기에 뿜어져 나오는 사정액에 피가 비치면 더욱 긴장하게 마련이다.

가족들을 미국에 보내고 혼자 생활하는 40대 후반의 Y씨가 병원을 찾았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자위행위를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고추 끝이 불편하면서 사정액의 색깔이 벌겋게 변하더라는 것이다.

깜짝 놀라 자세히 사정액을 살펴본 결과 피가 섞여 있었다. 검사 결과 Y씨는 정낭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혈정자증이라고 하며 남성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경험하는 현상이다. 정액을 만들거나 정액이 지나가는 경로에 이상이 있으면 사정액에 피가 섞여 나온다.

정낭은 사정액의 60% 가량을 만드는 작은 주머니로서 사정관이 전립선에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그러므로 정낭에 물주머니나 결석.염증이 생긴다든지 통로가 좁아진 것이 혈정자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물론 전립선과 사정관에 결석이나 염증이 있어도 사정액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혈정자증은 후유증이 없이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다.그러나 최근 저명한 병리학술 잡지는 정낭의 만성 염증에 의해 발생한 암을 보고했다.그러므로 혈정자증이 계속되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안심할 수 있다.

혈정자증이 발견되면, 소변검사를 통해 생식기의 염증 여부를 보며,직장을 통해 전립선과 정낭을 만져보거나 초음파로 정낭의 이상 여부를 진단한다.

최근에는 5㎜ 굵기의 정낭관에 내시경을 넣어 정낭 속을 직접 눈으로 들여다본다거나 MRI로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검사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으며,치료 방법의 선택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비용 측면을 고려하면, 직장을 통한 초음파 검사가 가장 정확하며 효율적이다.

혈정자증의 치료가 필요한 때는 여성호르몬이나 바이오 피드백 물리치료를 통해 사정관이 지나는 부분의 부종을 가라앉히며,항생제를 사용해 염증을 조절한다. 결석이 있을 때는 수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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