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간] 몸의 신비 묘사한 '몸의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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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현대를 살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변모해온 사람의 몸의 생물학적 특성을 집중적으로 묘사한 보고서다. 요즘 유행하는 '몸의 정치학' '몸의 사회학'등과 달리 생물학적 시스템으로서의 몸이 이 책의 주제다.

인간 유전자 지도까지 그려낸 현대 생명공학과 의학의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낸 '몸에 관한 총체적 형이하학'인 셈이다. 호르몬.세포.신경수준에서 일어나는 정밀한 커뮤니케이션과 내적 균형,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가능한 인체의 균형과 건강이 훌륭하게 묘사돼 있다.

몸의 신비에 대한 정밀한 묘사는 읽는 이에게 감동을 안겨줄 정도로 책의 서술은 남다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간생명의 해부학인 이 책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작"이라는 타임지(誌)의 서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포 생물학이나 신경생리학 등 복잡한 영역을 다루는 저자의 글은 생각 이상으로 쉽고 편안하지만 정확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서술에서 저자는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균형을 잡아준다.

"독특한 인간정신은 인체 유기체의 자산이다. 정신과 신체 사이에는 이중성이 없다. 두개는 하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자주 등장하는 생생한 임상현장의 중계식의 서술이 마치 소설 '닥터스'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저자는 임상경험이 많은 예일대 의사이자 유명한 과학저술가다.

특히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로 미국의 내셔널 북어워드를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력이 잘 반영된 이 유쾌한 책은 인간 몸을 '지구의 걸작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두 12개장 중 주요 장은 '신경계' '사랑의 행위' '삶을 향한 의지' '내장 속으로의 항해'등이다.

몸의 지혜/셔윈 널랜드 지음/김학현 옮김, 사이언스북스,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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