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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서 적 된 금태섭·민주당…김종민 "반감 정치 성공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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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로 정치하면 성공 못 한다.”(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그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시사한 뒤 민주당 안에선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그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시사한 뒤 민주당 안에선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떠오른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친정’ 민주당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대한 공격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게 시작한 정치가 꽤 많은데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 출마의 동력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反感)이나 민주당원에 대한 반감”이라면서 한 이야기다.

앞서 금 전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서울시장의 의미와 역할을 고민해서 감당할 일이 있으면 감당하겠다. 책임감을 갖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는 당의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냈다. 사진은 김 최고위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와 언쟁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냈다. 사진은 김 최고위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와 언쟁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 3선인 유기홍 의원은 전날(19일) 페이스북에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조차 선택받지 못한 그(금 전 의원)가 탈당하고 진영을 바꿨으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한다. 이건 우리 정치의 뿌리 깊은 병폐”라고 썼다. 정청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금 전 의원을 누른 것을 짚으며 “강선우 의원, 금태섭을 이겨줘서 고마워요”라고 적었다. 금 전 의원은 18일 강연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정 의원의 컷오프를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승리의 요인으로 거론했다.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이 전날 금 전 의원의 두 자녀가 20대의 나이에 각각 16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며 재산 형성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동조 비판이 이어졌다. 금 전 의원은 전날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가신 장인께서 2015년 말에 저희 식구들에게 집을 한 채 증여하셨다. 장인의 뜻에 따라 가족이 집을 공동소유하게 됐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고 당연히 증여세를 모두 냈다”고 해명했다. 금 전 의원 가족이 활용한 세대생략증여 방식은 최근 각광받는 합법적 절세 수단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두 자녀 재산 형성 논란에 대해 "그게 바로 금수저 '아빠찬스'"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두 자녀 재산 형성 논란에 대해 "그게 바로 금수저 '아빠찬스'"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에 대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20대가 무슨 수로 증여세를 냈을까요? 참고로 자식의 증여세를 대신 납부해 준 ‘그 돈’도 증여에 해당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그게 바로 금수저 ‘아빠 찬스’”라며 “서울시장의 자격은 없지만, 국민의힘 입당 자격은 확실히 있다”고 썼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금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당의 권유로 안산단원을에 출마했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같은 날 트위터에 “금수저로 태어나 소시민으로 조용히 즐기고 살면 될 걸, 보수의 부추김에 되지도 않을 것을 가지고 왜 가족까지 고생시키는지 참 딱하다”고 적었다.

금 전 의원의 해명 글엔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했으니 금태섭 당신도 피눈물 좀 흘려야 하지 않겠냐” “그러신 분이 왜 조국 장관님 자제분 5000만원은 그렇게 으르렁대셨냐” 등의 내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금 전 의원과 민주당 사이의 파국의 계기가 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난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두 자녀의 사모펀드 투자 사실에 대해 “정경심 교수는 자녀에게 각각 5000만원을 (합법) 증여했고, 이후 개별주식 보유가 불허되지만 사모펀드 가입은 허용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돈을 5촌 시조카의 권유에 따라 문제 사모펀드에 넣었다. 그러나 작년 사태 이후 문제 사모펀드의 가치가 사실상 0이 되어, 동 펀드에 들어간 돈 모두가 사라졌다”며 “저는 ‘가진 자’로 합법 여부 불문하고 국민들께 위화감을 드린 점에 대하여 공개 사과했다”고 썼다.

민주당 안팎에선 금 전 의원에 대한 의혹 제기, 해명 시기와 맞물려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 자신을 저격한 금 전 의원을 에둘러 꼬집은 것”(당 소속 보좌진)이란 해석이 나왔다. 둘은 서울대 대학원 사(조국)·제(금태섭)지간이기도 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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