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서 피가 나는데 어떻게 하지요?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흔히 접하는 형태의 질문이 바로 항문출혈에 대한 질문이다.

항문출혈이 있으면 그냥 “치질에서 나오겠지”하는 식으로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혹시 암이 아닌지?”하는 생각에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항문 출혈이 있을 때의 대처하는 원칙은 항문검사나 대장검사 등의 검사를 받아 출혈 원인을 확인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무작정 검사를 받아야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진료를 받는 것은 아니므로 차라리 꼭 진료를 받아야하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치료 시기를 놓쳐서 억울해하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

◇ 항문출혈의 원인

항문출혈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편의상 항문을 통해 피가 나오는 경우로 생각하면 되겠다.

항문의 소화기의 가장 말단인 부분이므로 소화기 계통에서 출혈이 있을 때는 결국 항문 쪽에서 출혈을 하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위에서 출혈을 하는 경우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출혈로 생각하기 어려운 시꺼먼 짜장같은 변을 보기 때문에 출혈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것도 엄밀하게 항문출혈로 표현을 할 수 있다.

일반인이 봐도 피라는 것을 인지하게되는 출혈은 대장에서 나오는 경우부터 시작이 된다. 대장에서 흔히 출혈을 일으키는 병은 다양한 이유를 가진 대장의 염증성 질환과 큰 양성종양, 암 등이다.

항문에서 출혈을 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흔히 치질로 알려진 치핵이고,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에서도 출혈은 흔하고, 항문 주위가 곪는 치루에서도 피고름이 나와 출혈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출혈부위에 따른 감별

간혹 항문과 대장에 함께 질환이 있는 경우 출혈의 양상만 가지고 출혈부위를 추정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대장에서 나오는 피와 항문 쪽에서 나오는 피는 피가 나오는 양상이 다르다.

출혈의 상태에 따라 출혈부위를 추정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출혈을 할 때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동맥에서 나오는 피는 주로 맑은 색을 띠고 있고, 정맥에서 나오는 피는 동맥혈보다는 검붉은 색을 띠지만 혈관 안을 흐르던 피가 혈관 밖으로 나온 직후에는 액체의 상태로 있게되고, 혈관 밖으로 나온 후 시간이 흐르면 응고되어 혈전(피떡)을 형성하게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피가 액체의 상태이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피라고 볼 수 있고, 응고된 상태라면 혈관 밖으로 나온 후 꽤 시간이 경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핵, 치열등의 항문 질환이 있을 때에는 출혈을 하는 기간 중에도 변을 보지 않을 때는 항문의 압력 때문에 혈관이 눌려 피가 나오지 않다가 배변을 하거나 방귀를 뀔 때, 여자의 경우 배뇨를 하려고 힘을 줄 때도 항문이 벌어지면서 혈관이 열리면서 바로 피가 나오기 때문에 맑은 선혈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 피가 다 나오지 못해 항문 안쪽에 남아 있다가 나오면서 응고된 상태로 나올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맑은 선혈로 나올 때는 항문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통증이 전혀 없을 때는 치핵, 배변시에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 동반되면 치열을 고려할 수 있다.

대장에서 출혈을 하는 경우는 항문출혈에 비해 원인이 다양하여 결국은 대장검사를 받아보아야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염증성 장질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염증과 대장암을 고려해야한다.

대장의 출혈이 있을 때는 혈관에서 빠져나온 피가 바로 항문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출혈 위치에 따라 항문에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배변 시 항문이 벌어져야 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혈관에서 나온 지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 나오기 때문에 검붉은 색의 피나 응고된 상태로 나오게된다.

피의 색이 검붉은 색이고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대장의 질환을 염두에 두고 대장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원칙이라고 항문 출혈이 있을 때마다 검사를 받으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고 항문검사를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므로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대처를 하는 것이 좋겠다.

1. 검붉은 피가 나올 때는 꼭 항문검사와 대장검사를 받도록 한다.
2. 맑은 선혈이 나올 때는 초기에는 기다려볼 수 있더라도 증상이 자주 재발하거나 출혈량이 많을 때는 대장항문과의 진료를 받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