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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암치료 성적표 분석] 정기검진 외 '암 대처' 왕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암환자 10명 중 4명은 진단 후 5년까지 살고 6명은 죽는다'.

최근 국립암센터가 처음으로 공개한 암 생존율 조사 결과다.

5년이 중요한 이유는 '암 진단 후 죽느냐 사느냐'하는 기준이 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암 치료 시작 후 5년까지 산다면 이후 해당 암의 재발 위험이 없다는 뜻에서 완치로 본다. 그렇다면 죽은 6명과 산 4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조기발견 유무에 있다. 일찍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큰 반면, 3기 이상으로 진행된 암은 사망 확률이 높다.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는 암의 크기는 대략 직경 3㎝다. 이렇게 되려면 1개의 암세포가 3~5년에 걸쳐 2백50억개 이상으로 분열해야 한다.

이쯤되면 부위를 막론하고 대부분 3기 이상이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 병원을 찾아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내시경이나 초음파, 자기공명 영상촬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등 현대의학의 수단을 동원하면 0. 5~1㎝의 조기 암 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프지 않을 때 암이 있는지 확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부위별 암세포가 어느 정도 악성이냐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선 갑상선암의 예후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기에서 4기까지 망라해 5년 생존 확률이 93.3%나 됐기 때문이다.

독감의 사망률이 7~42%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갑상선암은 독감보다 치료가 잘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암=불치병'이란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치료가 잘되는 이유는 갑상선이 목의 표면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등 발견이 쉬운 데다 암세포 자체가 온순해 증식 속도가 느리고 조직도 적게 파괴하기 때문이다.

반면 췌장암은 8.4%만 5년후까지 생존해 한국인의 10대 암 중 가장 예후가 불량한 암으로 밝혀졌다.

췌장암의 뒤는 간암(생존율 10. 5%)과 폐암(11. 4%)이 잇고 있다. 췌장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고 복부 깊숙이 후복막에 위치해 전이가 빨리 되고 수술이 쉽지 않다.

간과 폐는 혈관이 치밀하게 분포해 암세포가 쉽게 주위로 전파된다는 게 생존율이 낮은 이유다.

그러나 이런 암도 일찍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위암의 내시경, 자궁경부암의 질세포진 검사처럼 값싸고 간편하게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진단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간암의 위험이 큰 간염 환자에게는 초음파와 혈액검사가, 폐암 위험이 큰 흡연자에게는 가슴 X선 검사와 저선량 나선형 CT검사 등이 권장된다.

췌장암이나 담도암, 난소암은 걸리는 사람이 드물지만 치료가 어렵다. 이들 암을 발견하려면 복부 CT가 권장된다. 아프지 않고 10분 남짓이면 끝나지만 방사선을 많이 쪼여야 하고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게 흠이다.

따라서 위 내시경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검사를 권유할 순 없다. 비용에 비해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년 이후의 사람이 암을 조기 발견하고 싶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3~5년에 한번 정도 복부 CT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 주신 분=국립암센터 배종면 암등록통계연구과장,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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