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용대출 ‘막차’ 타자…규제 발표 뒤 나흘새 1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에 신용대출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취급액도 주말 새 급증했다.

18일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최근 은행권과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움직임에다, 금리·한도 등이 유리할 때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까지 몰려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18일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최근 은행권과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움직임에다, 금리·한도 등이 유리할 때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까지 몰려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17일 각 은행에 따르면 지난 주말(14~15일) 이틀 동안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로 취급된 비대면 신용대출 금액은 약 840억원에 달했다. 이는 바로 직전 주 주말(7~8일)동안 신규 취급된 비대면 신용대출액(256억원)의 3배 수준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7~8일 신용대출 신규취급액보다 14~15일 신규취급액이 4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274건에서 2355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16일 기준 총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5064억원으로 대책 발표 전날인 12일에 비해 1조12억원가량 늘었다.

이는 정부의 ‘대출 고삐죄기’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13일 금융당국은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 소득이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개인 차주(돈을 빌린 사람) 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게 제한한다는 뜻이다. 또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살 경우 2주 안에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규제는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13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 연합뉴스

13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 연합뉴스

문의전화, 모바일앱 접속 급증 

규제 방안이 발표된 뒤 주말 동안 일부 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들의 문의전화에 시달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고소득층 고객이나 거래업체 사장이 주요 고객인 송파 한 지점의 경우, 주말 내내 ‘규제가 언제부터 시작되느냐,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을 받지 못하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주말 새 다른 때와 비교하면 규제와 관련된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 영업점 창구 대신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속량도 폭주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앱은 16일 오전 일시적으로 접속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평소와 비교해 급격하게 늘어난 건 아니다”라면서도 “주말 사이 대출 조회 화면에서 접속지연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대출 수요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막는 건 너무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안 그래도 집값이 너무 올라서 서울에 조그마한 집이라도 구하려면 금수저가 아니면 어려운 상황인데, 그나마 실수요자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가능성마저 차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엔 “신용대출 1억원 받고 1년 동안 기다렸다가 집을 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꼼수’들이 올라온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30일 이전에 신용대출을 받으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은행권에선 “향후 2주 간 신용대출 수요가 더 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신용대출의 추이를 지켜보기만 하던 소비자들도 30일이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대출을 받는 수요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