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동 학대도 대물림… 매맞고 자란 아이 어른되면 폭력적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한해 아동학대 예방센터에 접수된 신고중 명백한 학대를 받은 아이는 2천1백5명. 방임이 32%, 신체적 학대 23%, 중복 학대(신체적 학대+정서적 학대 등)30% 등이었다.

아동학대의 80%가 가정에서 일어나고 대부분의 가해자가 학대 사실을 숨기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발생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한양대의대 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아동학대는 부모의 교육수준.소득수준.연령.종교 등과 무관하게 발생한다"며 "아이의 훈육수단으로 체벌을 인정해 온 전통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아동학대 예방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계기로 심각한 의학적.사회적 문제를 갖고 있는 아동학대의 문제점과 예방책을 알아본다.

◇신체적.정서적 학대

잦은 가출로 부랑아 명단에 올랐던 A군(14). 열살 때부터 아버지가 만취한 날엔 몽동이로 온몸을 때리곤 했다.

피멍이 든 몸을 친구들에게 보이기가 꺼려져 학교도 빠지고 수시로 가출을 하게 됐다.

서울대의대 소아신경과 황용승 교수는 "A군처럼 심한 경우가 아니라도 주먹으로 치거나 뺨을 때리는 일, 떠밀고 움켜잡는 행위, 두들겨 패기, 발로 차거나 물어뜯는 경우는 명백한 신체적 학대"라고 밝힌다.

이처럼 신체적 학대를 하는 가해자는 정서적 학대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정서적 학대는 학대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퍼붓거나 집에서 내쫓겠다고 위협하는 경우는 물론 아이에게 수준에 안맞는 기대를 하면서 아이를 괴롭히거나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것 등은 모두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또한 "다른 아이는 잘 하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라는 등 부정적으로 남과 비교해서도 안된다.

◇성(性)학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접촉.성기 노출 같은 성 학대도 심각하다. 가족, 안면이 있는 어른의 가해가 많으며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기도 한다. 가해자는 흔히 "말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등 아이를 위협한다. 따라서 연령별로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켜 성 학대에 대비시켜야 한다.

어머니가 임신 중 아버지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받았던 11세 A양. 강한 저항을 했으나 2~3일에 한번씩 성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을 때 어머니는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A양처럼 가족으로부터 성학대를 받으면 가장 믿어야 할 사람과의 신뢰감이 상실되면서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불신이 생긴다.'나는 살 가치가 없는 존재'란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신고와 치료 필요

어떤 형태로건 학대받은 아이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깊은 상처와 함께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따라서 전문가의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A양의 경우처럼 아이를 도와줘야 할 보호자가 상황을 방치.묵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또 이런 아이가 방치된 채 성인이 되면 자신이 가해자가 될 확률도 높다. 따라서 학대받은 아동은 가족.학교.사회가 함께 적극적으로 개입해 장기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해야 한다.

안동현 교수는 "아동 학대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만큼 알게 된 사람은 '남의 집안 일'혹은 '아이에 대한 체벌'로 넘기지 말고 누구나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고처=경찰서 및 파출소 ☎112, 아동학대 예방센터:☎지역번호+139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