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미국)이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사상 처음으로 20언더파에 깃발을 꽂았다. 존슨은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를 쳤다. 합계 20언더파로 15언더파의 임성재 등을 5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처음 그린재킷을 입었다. 이전 마스터스 최저타 기록은 1997년 타이거 우즈, 2015년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의 18언더파다.
각종 진기록 낳은 2020 마스터스 #합계 20언더파, 24승 중 메이저 2승 #감정 인색한 존슨, 시상식서 눈물 #우즈, 12번 홀서 물에 3차례 퐁당
존슨은 한 달 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격리를 거쳐 마스터스에 출전했고 대기록을 썼다. 존슨은 최근 3개월간 7개 대회에 나갔다. 다들 굵직굵직한 대회다. 그중 세 차례 우승(마스터스, 노던 트러스트 오픈, 투어 챔피언십)했고, 세 차례 준우승(PGA 챔피언십, BMW 챔피언십, 휴스턴 오픈)했다. 가장 낮은 순위가 6등(US오픈)이었다.
존슨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선수다. 그런 그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어릴 때 밤늦게까지 퍼트를 하고 공을 치면서 꿨던 꿈이 실현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존슨은 오거스타에서 한 시간여 거리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롬비아에서 자랐다. 그의 여자 친구는 아이스하키 전설 웨인 그레츠키의 딸 폴리나 그레츠키다.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고 산다.
1m93㎝의 키에 360도 회전 덩크슛도 하는 존슨은 메이저대회에서 유달리 약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PGA 투어 23개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메이저 우승은 1승에 그쳤다. 2010년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선두로 출발했다가 2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는 등 무너졌다. 그해 PGA 챔피언십 마지막 홀 벙커에서 클럽을 지면에 댔다가 우승을 날렸다. 오픈에서는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기회를 놓쳤다. 올해 PGA 챔피언십에서도 신예 콜린 모리카와에게 우승컵을 빼앗겼다.
메이저 대회에서 네 차례 선두로 출발하고도 우승하지 못했던 존슨이다 보니 초반 긴장한 분위기였다. 4타 차 리드가 1타 차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6번 홀에서 존슨은 공을 핀 2m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이후 소리 없이 도망갔다. 2015년 스피스 이후 5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그린재킷은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 우즈가 입혀줬다. 존슨은 “더욱 의미 있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즈는 “존슨은 골프가 진정한 스포츠라는 것을 일깨워준 선수이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반면, 우즈는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멘코너 한가운데 있는 파 3인 12번 홀에서 7오버파(셉튜플 보기) 10타를 치는 수모를 당했다.
내용은 이렇다. 개울 건너에 있는 좁은 그린을 향한 155야드인 이 홀에서 우즈의 티샷은 그린에 살짝 올라갔다가 백스핀이 걸려 개울로 굴러떨어졌다. (1타). 벌타(2타). 드롭하고 웨지로 친 샷은 다시 개울로 굴러 내려갔다. (3타). 벌타(4타). 드롭하고 친 샷은 그린 뒤쪽 벙커에 들어갔다(5타). 벙커 턱이라 불편하게 어드레스해 친 벙커샷이 그린에 떨어졌다가 물로 들어갔다(6타). 벌타(7타). 다시 친 벙커샷은 그린에 올라갔다. 퍼트(9타). 홀인(10타).
현지 중계팀은 6타 이후 이 홀의 우즈는 더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안쓰러웠다. 7오버파와 한 홀 10타는 우즈가 프로에 데뷔한 이래 가장 나쁜 스코어다. 3언더파였던 우즈의 스코어는 4오버파가 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머지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잡아 언더파(1언더파 공동 38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스코어는 4오버파 76타다.
우즈는 “같은 조의 두 선수가 칠 때는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었는데, 내가 칠 때 바람이 반대로 불었고, 약간 푸쉬가 났다”고 설명했다. 우즈는 지난해 12번 홀에서 경쟁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 브룩스 켑카(미국)가 공을 물에 빠뜨려 우승할 수 있었다. 12번 홀 역대 최악 스코어는 톰 와이스코프가 1980년 기록한 13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