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여직원 껴안은 포천 50대女 확진자, 영장 기각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검사를 권유한 보건소 여직원을 껴안는 등 난동을 부린 50대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16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 부족” 

의정부지법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관련 공무원들의 진술이 확보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한 점, 범행 경위 등 제반 사건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썼다. 이어 “피의자가 보건소 공무원들을 향해 침을 뱉은 것이 아니라, 피의자 혼자 탑승한 차량의 바닥에 침을 뱉은 것에 불과해 피의자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서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가 많다”고 적었다.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법원, “비난 가능성이 낮지 않기는 하다”  

법원은 또 “피의자가 보건소 소속 공무원들을 직접 껴안은 것은 아니지만, 얼굴을 가까이 한 채 한쪽 팔을 들어 올려 포옹하듯이 하면서 공무원들의 팔에 접촉했다는 것인데 비난 가능성이 낮지 않기는 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대해서는 “죄가 성립하려면 피의자가 당시 ‘감염병 환자 등’에 해당해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고, ‘감염병 의심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피의자의 행위 당시에는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감염 여부 검사 조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처벌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감염 여부 검사 조치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이후인 지난 9월 29일 개정된 법률에 새로 규정됐다.

경찰,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 예정

앞서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곧 A씨 부부에 대한 수사를 정리하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집회에 참석한 뒤 접촉자로 분류됐다. 보건 당국에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포천시보건소 40대 여직원 2명은 이틀 뒤인 8월 17일 오전 10시 30분쯤 포천시 일동면 A씨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찾아갔다. 부부 중 1명은 기침 등 증상이 있었다. 나머지 1명은 무증상 상태였다.

A씨는 식당으로 찾아온 보건소 직원이 검사를 권유하자 “우리가 만난 사람도 많은데 왜 우리만 검사를 받아야 하냐”며 검사를 거부했다. 이어 직원을 껴안고 팔을 만지면서 “내가 너희를 만졌으니까 검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차량에 침을 뱉었다. 남편 B씨는 보건소 직원의 팔을 움켜쥐는 등 방역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부부는 이후 이날 정오쯤 자신의 차로 포천시보건소로 가 검사를 받은 뒤 이튿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선 묵비권 행사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A씨는 ‘사랑제일교회 교인은 아니다’ ‘코로나 19로 식당 장사가 시원찮은데 보건소 직원들이 갑자기 찾아와서 소문까지 나면 폐업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순간적으로 격분했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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