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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숨은 20억 보이스피싱 일당, 배후엔 北해커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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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커와 연계해 한국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국내로 들어왔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와 국가정보원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활동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8명을 올해 들어 국내와 중국 톈진(天津)에서 각각 검거했다. 모두 한국 국적의 20∼30대 남성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검거한 4명은 올 초 코로나 19를 피해 중국에서 들어왔다. 지리산 자락 등지에 흩어져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나머지 4명은 중국 공안의 협조를 받아 지난 7월 말 톈진에서 검거했다. 코로나 19 방역 문제로 현지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들은 북한 해커가 국내 대부업체를 해킹해 입수한 이름ㆍ주민등록번호ㆍ연락처ㆍ대출 현황 등 개인정보를 받아 보이스피싱을 벌였다. 대부업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북한 해커가 개발한 ‘스파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관련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속이는 식이었다. 이렇게 장악한 휴대전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북한 해커로부터 제공받았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고객이 다운로드한 앱을 통해 해당 휴대전화의 정보와 사용 내역을 모두 들여다봤다. 빼낸 정보를 활용해 피해자 지인과 가족의 정보까지 입수했다. 피해자를 상대로 은행ㆍ보험사 직원 행세를 하며 자신들의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유도해 돈을 뜯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 규모는 200여명, 피해 금액은 2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북한 해커에게 수익금 일부를 사용료 명목으로 건넸다. 사정 당국은 북한 해커의 신원을 파악했다. 북한 해커에게 사용료를 주고 중국 내에서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을 총괄한 한국인의 신원도 파악해 수사 중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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