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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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그늘이 많고 벌레가 없으며 단풍이 들면 멋이 있다"고 예찬한 감나무.

감은 성질이 차갑고 맛이 단(甘)대표적인 가을 과일의 하나다. 원산지가 동양인 감은 우리나라 남쪽지방에서 많이 생산된다.

한방에선 감을 심폐기능을 윤택하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며 주독(酒毒).열독(熱毒)을 풀어주는 데 효험이 있는 과일로 친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원장). 동의보감은 "곶감은 비장.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도와주며 기미를 없애주고 목청을 윤택하게 한다"고 썼다.

그러나 공복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상극(相剋)인 신 음식.바닷게와는 함께 먹지 말 것을 권한다.

감은 노화를 억제하는 항(抗)산화제인 비타민C가 귤의 2배나 들어있다. 다른 과일엔 거의 없는 비타민A도 넉넉하다. 단 곶감으로 만들면 비타민A의 양은 두배로 증가하나 비타민C는 거의 없어진다.

단감의 열량은 다른 과일과 비슷한 1백g당 44㎉. 다이어트 식품으로 훌륭한 조건이다. 이에 비해 곶감의 열량은 2백37㎉에 달한다.

감의 떫은 맛은 타닌 탓. 타닌은 물을 잘 빨아들이므로 설사를 멎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타닌은 장 속에서 음식의 지방과 작용해 변을 굳게 만들기도 한다. 감을 과다 섭취하면 변비에 걸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타닌은 또 몸 안의 철분과 결합해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감을 너무 많이 먹으면 빈혈에 걸리고 몸이 차가워질 수 있다.

감을 살 때는 껍질에 광택이 있고 색이 진하고 균일하며 꼭지가 싱싱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흔히 단감과 떫은 감으로 분류되나 단감도 추운 곳에 심으면 떫은 감이 된다. 단감은 보통 그대로 먹지만 떫은 감은 떫은 맛을 없앤 뒤 먹거나 말려서 곶감을 만들어 먹는다.

다 익은 떫은 감의 껍질을 벗기고 꼬챙이에 꿰어 40일 가량 말린 것이 곶감. 건시(乾枾).관시(串枾)라고도 한다.

곶감 표면에 남은 흰가루는 포도당.과당 등 감의 당질 결정(結晶)이다. 한방에선 이 가루를 마른 기침이 심하거나 목이 마르고 입.혀가 헐거나 출혈이 있을 때 처방한다.

감의 떫은 맛은 술을 부어 없앨 수 있다. 떫은 감을 큰 통에 넣고 소주를 뿌린 뒤 4~5일간 밀폐해두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 떫은 감 5개와 사과 한개를 작은 구멍이 여럿 뚫린 비닐주머니에 넣고 1주일 쯤 봉해둬도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의 작용으로 떫은 맛이 제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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