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으로 강남 빌딩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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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고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소액으로 강남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동산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사고팔수 있게 됐다.

부동산 ABS 플랫폼 핀테크 ‘카사’ #25일부터 8일 간 건물 투자자 모집 #소액투자 장점, 공실률은 따져 봐야

ABS 발행은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끌어오는 자금 조달 방법이다. 그동안 자본시장법에 따라 부동산 기반의 ABS 발행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고액 부동산에 일반 시민들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부동산 기반 ABS 발행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받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일부 핀테크 기업이 곧 투자자를 모집한다. 부동산 ABS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 ‘카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역삼 런던빌’ 건물 투자자를 오는 25일부터 8일간 모집한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역삼 런던빌은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미국 사립학교의 한국 분교인 PCA코리아가 5년간 이 건물을 쓴다. 공모 총액은 약 101억원이며 ABS 203만6000주를 발행한다. 1ABS당 가격은 5000원이다. 모집은 투자 금액과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소액으로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아무리 비싼 건물이라도 1ABS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다. 애플리케이션으로 ABS를 주식처럼 사고팔아 실시간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고, 3개월마다 임대수익도 받을 수 있다. 거래 수수료는 0.2%,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은 14%다.

다만, 소액이라고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빌딩에 공실이 생기면 배당을 받기는커녕 건물 가치가 떨어져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카사 측은 “‘역삼 런던빌’은 국제학교가 건물 전체를 5년간 단일 장기 임차해 높은 임대 안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카사는 높은 임대 안정성이 있는 건물들을 엄격히 선별한다”고 밝혔다.

광고 문구와 같이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수 있는” 투자 상품인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박사는 “부동산 ABS를 공모 판매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정말 ABS를 주식만큼 쉽게 현금화할 수 있을지, 그만큼 수요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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