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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장 유한준의 배트로 두산 무찔렀다…창단 첫 PS 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T 유한준이 12일 두산과의 PO 3차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 말 결승 적시타를 친 뒤 1루로 전력질주하고 있다. [뉴스1]

KT 유한준이 12일 두산과의 PO 3차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 말 결승 적시타를 친 뒤 1루로 전력질주하고 있다. [뉴스1]

KT 위즈의 역사적인 가을 야구 첫 승리는 주장 유한준(39)의 배트로 만들어졌다. 유한준은 팀이 지독한 득점 가뭄에 시달리던 순간, 천금 같은 결승 적시타로 갈증을 해결했다. KT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해 한국시리즈(KS) 진출 희망을 살렸다.

KT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5-2로 꺾었다. 먼저 2패를 당해 조기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값진 첫 승을 올려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신고했다.

역사는 8회 초 만들어졌다. 앞서 KT가 네 차례 득점 기회를 모두 놓친 뒤였다. 황재균의 볼넷과 멜 로하스 주니어의 중전 안타로 2사 1·3루가 됐지만, 이번에도 3루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이때 유한준이 타석에 섰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초구 강속구를 지켜봤다. 2구째 다시 직구(시속 151㎞)가 들어오자 놓치지 않았다. '딱' 하는 타격음이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타구는 두산 유격수 김재호 옆을 지나 외야로 빠져나갔다.

KT 3루 주자 황재균이 박수를 치며 천천히 홈을 밟았다. 1점을 목마르게 기다리던 KT 선수들은 일제히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1루에서 대주자로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주장에게는 동료들과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유한준은 KT가 야심 차게 영입한 외부 자유계약선수(FA)였다. 유신고 출신인 그는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옛 수원 야구장에서 7년을 뛰었다. 2008년 현대가 해체해 히어로즈(현 키움)로 팀을 옮겨야 했지만, 2016시즌을 앞두고 KT와 계약해 9년 만에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 후 유한준은 줄곧 KT 타선의 주축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면서 후배들을 다독였다. PO를 앞두고는 "선수단의 리더로서 내가 좋은 활약을 해야 후배 선수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그라운드에서 실현했다.

주장이 득점 물꼬를 트자 후배들도 멈추지 않았다. 두산 포수 박세혁의 빠른 볼로 1점을 추가한 뒤, 박경수가 볼넷을 골라 다시 만루 기회를 이었다. 행운까지 따랐다. 다음 타자 배정 대의 타구는 빗맞았지만, 야수들이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져 2타점 적시타가 됐다. 베테랑 장성우는 두산 세 번째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쳐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호투도 승리를 완벽하게 뒷받침했다. 쿠에바스는 정규시즌 두산전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5.02로 부진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8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두산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팀이 5점을 낸 뒤인 8회 말 오재원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게 전부다.

2패 후 1승으로 기사회생한 KT는 13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두산과 PO 4차전을 치른다. KT는 배제성, 두산은 유희관을 각각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배영은·김효경·박소영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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