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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 성형수술보다 '실력수술'을 하자!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1인당 색조 화장품 사용 개수는 세계 1위다.

1인당 총 화장품 사용 개수는 3위, 화장품 시장규모는 세계 10위다(로레알 코리아 2001년 자료). 소득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미(美)의 추구를 나무랄 수 없다고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한국 여성 상당수가 외모를 실력 이상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매달려 생기는 현상은 아닐까.

미국의 타임지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한국을 '성형수술의 왕국'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특히 기상천외한 성형수술들이 시도돼 화제가 된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 의사는 "다리가 예뻐 보이게 하기 위해 종아리근육 절제술을 하는 것은 외국에선 없는 일"이라고 전한다.

그밖에도 배꼽티를 입기 위한 배꼽 수술, 코와 입 주변 '八'자 주름을 제거하는 일명 '귀족 수술' 등 다양함을 자랑한다. 이 의사는 "열차례 이상 수술받는 여성도 있고 부작용으로 소송사태가 빚어지곤 한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가 8월 중 서울.부산 등 6대 도시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여성 7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한국 여성 열명 중 한명이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은 12.9%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보톡스 주사나 레이저 등에 의한 얼굴 손질이 성형수술보다 많으므로 얼굴에 의학적으로 손을 대는 한국 여성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성형수술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20대의 34.7%가 '성형 수술을 하고 싶다'고 답해 전체 평균(25.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같은 젊은 여성들의 성형 집착은 중년 이후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미국(35세 이후가 64%)등과는 다른 독특한 현상이다.

이는 실력을 키우기보다 손쉽게 외모를 꾸며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식 탓으로 해석된다. 제일기획의 여성 대상 설문조사에서 '용모가 인생의 성패에 크게 작용한다'란 응답이 68%였다.

또한 수입명품 시장은 해마다 50%씩 성장해 연간 2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추정했다. 지난해 백화점의 해외명품 판매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 수석연구원은 "여성들이 남성 위주 사회를 돌파해 나가려면 외모에 매달려서는 안되며 실력이나 사회적 역량 키우기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조한혜정(사회학)교수는 "여성들은 외모를 가꿔 사회에 적응하려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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