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질책을 했다는 정도로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너 죽을래” 발언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이 12일 한 말이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해 백 전 장관이 ‘너 죽을래?’라는 모욕적 발언을 했을 때 담당 공무원은 뭐라고 답했나”라고 묻자 “두 분이 있는 데에서 오고 간 대화여서, 장관과 담당 공무원 간의 진술이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하겠다고 보고한 원전 과장에게 “원전을 그때까지 가동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하란 말이냐. 어떻게 이따위 보고서를 만들었느냐. 너 죽을래?”라고 말하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 최 원장의 '강한 질책' 발언은 이런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원장은 월성1호기 감사와 관련해 외부의 압력 여부는 선을 그었다. 황보 의원이 “백 전 장관 범죄행위가 뚜렷한데 감사원은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외부압력이 있었느냐”고 묻자 최 원장은 “외부에서의 부당한 압력은 적어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없었다”고 답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성1호기 감사 관련) 조사에 참여했던 분들이 ‘원장이 (직권심리에) 참여해 너무나 놀랍고 이전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며 의아해했다”고 말하자, 최 원장은 “백 전 장관이 직권심리를 마치고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안다. 제가 직권심리 의장이므로 제가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백 전 장관이) 감사위원회 감사 의장인 제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결론 내는 거로 착각한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백 전 장관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직권심리에서) 친(親)원전 쪽의 일방적인 논리로 회의 발언의 70, 80%를 끌어가 놀랐다. 최 원장이 감사의 결과를 예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월성1호기 폐쇄 감사 관련해 최 원장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건을 언급했다. 윤 의원은 “정치감사를 했다고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데 동의하느냐”라고 묻자 최 원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고발 사건이 들어온 것에 대해 어떻게 하실 것인가”라고 물었고, 추 장관은 “제가 직접 답변 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수사 기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