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36만4000명 늘었지만…공공일자리 30만개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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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5월 저점을 찍었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공공행정·보건복지 등 정부 재정 사업 분야의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민간 노동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10월 고용통계, 5개월째 증가세 #제조업 -4.5만명 14개월연속 줄어 #한창 일할 30대 5만4000명 감소 #60세이상 일자리 23.8만개 늘어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0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총 1423만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4000명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감소해 지난 5월 15만5000명 느는 데 그치면서 저점을 찍었다. 이후로는 서서히 증가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커진 이유는 정부의 단기 재정 일자리 사업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 부문 고용보험 가입자는 39만3000명 늘어 전체 가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주로 공공행정(19만9000명)·보건복지(10만2000명) 등 공공사업 영향이 큰 부문에서 늘어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업에선 2만2000명이 줄며 지난 9월(-1만3000명)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도·소매업 부문 가입자도 3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쳐, 계속해서 증가 폭이 줄고 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홈쇼핑·인터넷쇼핑 등 무점포 소매업 부문의 가입자만 증가세(1만6000명)를 이어갔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가입자 감소 폭은 4만5000명으로 지난 9월(-5만1000명)보다는 줄었지만,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 부문 감소세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14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은 14.3%(23만8000명) 늘었지만,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해야 할 30대는 1.6%(-5만4000명) 감소했다. 29세 이하 청년층도 0.1%(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 일자리 대책이 노년층에 쏠린 데다, 청년층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민간 일자리가 좀처럼 생겨나지 않아서다.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자는 8만8000명으로 전월(9만9000명)보다 줄었다. 수혜금액도 9946억원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는 해고보다는 고용유지를 권장한 정책 효과라고 분석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린 이유는 민간 일자리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라서인데, 이런 역할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재정이 헛되지 쓰이지 않도록, 일자리 정책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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