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일가족 3명 사망…홀로 남은 43세 가장 살인혐의 체포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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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10대 두 자녀 살해한 혐의 

폴리스라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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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홀로 살아남은 40대 가장에 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받았으나 체포는 미뤄 #"식사·대화 못해…치료 후 집행" #

 익산경찰서는 9일 "자신의 아내와 10대 두 자녀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43)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해 지난 7일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범행 후 스스로 흉기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목 부위 등을 크게 다쳐 체포영장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33분쯤 익산시 모현동 한 아파트에서 A씨와 아내(43),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0) 등 4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과 소방당국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의식이 없었고, 나머지 가족 3명은 숨진 상태였다. 조사 결과 A씨와 아내는 흉기에 찔린 상태였고, 두 자녀는 흉기에 찔리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먼저 두 자녀를 숨지게 한 후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본인도 흉기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사건 발생 전후에 외부인이 A씨 집에 드나든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실직 상태였고, 채무가 있었다"는 유족과 지인 등의 진술을 토대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 부부의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A씨 부부의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하는 한편 이들의 정확한 채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은 유서 내용에 A씨가 일방적으로 나머지 가족을 숨지게 한 게 아니라 A씨 아내의 동의를 얻어 범행을 계획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사건 발생 당일 집 안에서는 A씨 부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마지막에 A씨 부부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숨진 가족의 부검을 맡겼다.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식사와 대화를 못 하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 체포영장을 집행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치료가 된 후 체포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이 언론에 (가족)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에 항의해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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