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북미회담 때린 바이든…강경화는 "3년 성과 바탕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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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같은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정책의 연장선에서 바이든 행정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라고도 전했다.

바이든 TV 토론서 "北은 폭력배" 비판 #"트럼프, 정상회담 통해 北에 정당성 부여" #"미국 영토 도달할 더 발전된 미사일 갖게 돼" #폼페이오 강경화, 격식 낮춘 '업무 오찬' 예정

강 장관은 이날 미국에 도착해 워싱턴에 있는 6·25전쟁 참전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나흘간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강 장관은 헌화 행사 뒤 특파원들과 만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3년 전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 이거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바이든 쪽 여러 인사가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렇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고, 그 시절 손발을 맞춘 외교·안보 참모들이 대선 캠프 주축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기반을 둘 가능성이 그동안 제기돼왔다.

강 장관은 "지난 3년간의 여러 경과나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나가야 된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3년간 대북 정책의 연장선에서 북·미 관계가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만남 등 대북 정책을 '성과'를 보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입장이다. 강 장관의 기대가 자칫 잘못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단 얘기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같은 '폭력배(thug)'와 어울리는 사이 그들(북한)은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훨씬 더 발전된 미사일을 가지게 됐다"고도 했다.

미국의 종전 선언 논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 다운' 외교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강 장관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상황이 이렇다저렇다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강 장관은 전날 바이든 당선이 확정된 것과 관련, "민감한 시기이지만 그래도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해주신 상황이고,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했던 부분들에 대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면서 바이든 당선인 측과 접촉을 늘려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바이든 캠프 외교·안보 참모들을 만나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미국에 온 기회에 미국 정국이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어서 대사관에서도 많이 준비한 것 같다"면서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쪽에서도 조심스러운 점이 있어서 공개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9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업무 오찬(working lunch)'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격식을 갖춘 양자 회담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강 장관은 "민감한 시기에 오게 됐지만, 폼페이오 장관과는 늘 소통해왔고 (대통령 임기 교체일인) 내년 1월 20일까지는 저의 상대역이어서 왔다"며 "여러 현안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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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현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며, 미 의회와 학계 인사들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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