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트럼프 불복에 서한 대신 트윗 "바이든, 같이 갑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큽니다. 같이 갑시다”라고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합니다.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합니다”라고도 썼다.

문 대통령은 영문 메시지도 함께 트위터에 게시했는데, 특히 ‘같이 갑시다’라는 메시지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 ‘Katchi Kapshida’라고 썼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마지막 문장을 ‘Katchi Kapshida’라고 쓴 것에 호응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고문에서 한국을 “강력한 동맹”으로 칭하며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와 관련해 트위터에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와 관련해 트위터에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는 바이든 당선인이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 지 8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에 나왔다. 다만, 트위터 메시지에 ‘당선’, ‘당선인’, ‘승리’, ‘대통령’ 같은 표현은 배제했다. 메시지의 첫 문장 “축하드립니다”가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의 전부였다.

청와대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따로 브리핑을 하지 않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내도록 말을 아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공식 메시지 관리에 고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신뢰를 쌓아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기 전에 문 대통령이 먼저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식적으로 축하를 전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축전 등 정식 외교 수단 대신 트위터 메시지로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도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스가 일본 총리 등도 트위터로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냈다.

2002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2002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공식 축전 발신과 전화 통화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복 여부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불복 소송전을 벌일 경우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식 외교 통로로 축하를 건네는 시점이 상당히 늦춰질 수 있다. 2000년 미국 대선 때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승리에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한동안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일(11월 7일) 다음날 승리가 확정된 부시 후보에게 첫 축전을 보냈다. 하지만 고어 후보는 패배 인정을 취소했다가, 재검표 등을 거쳐 결국 12월 13일 패배를 인정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이튿날인 14일 부시 후보에게 축전을 다시 보냈고, 16일엔 통화를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