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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시범사업” “정보 규제 100개”…한국만 왜 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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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년째 시범사업만 하는 분야가 바로 원격의료에요.” (오남수 모바일닥터 대표)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 #“AI로 개인정보 보호 가능한데 #빅데이터 활용규제 너무 많다” 불만 #온라인 플랫폼법 정보공개도 우려

“다들 정보기술(IT) 융합을 하는데 유일하게 안 되는 데가 법률 분야에요.”(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5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는 이런 불만이 쏟아졌다. 비대면 진료·리걸테크·인공지능 등 4차 산업의 핵심 분야가 국내 규제 정책으로 성장이 뒤처지고 있다는 호소였다. “누가 더 무거운 족쇄를 차고 있는지 겨루는 걸까요”(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라는 평가도 나왔다.

글로벌 리걸테크

글로벌 리걸테크

이날 발표된 ‘2020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보고서는 “각종 규제와 데이터 활용, 인력 확보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표회는 아산나눔재단·스타트업얼라이언스·코리아스타트업포럼·아마존웹서비스가 공동 주최했다.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15개 국가 중 원격 진료를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국 의료데이터 전산망(EMR)을 구축하고 의료의 질적 수준도 높지만, 비대면 진료는 20년간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남수 대표는 “정부·의료기관·시민·원격의료 기업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 활용을 규제가 가로막는다는 불만도 컸다. 법률 서비스에 IT를 접목한 리걸테크 분야가 대표적이다. 판례분석·법률문서 자동 작성 등 리걸테크 서비스를 위해선 판결문 데이터가 필수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결문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어렵다. 북미에서 20곳 이상, 일본에서 3곳의 리걸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임영익 대표는 “대법원 판결문도 공개된 건 2~3%에 불과하고, 하급심 데이터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며 “법원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우려하는데, 개인정보를 가리는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과 일본의 법이 각각 5~6개 항목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반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법은 수수료 부과기준, 손해 발생 시 분담 기준 등 13개 항목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 규제가 과하단 주장이다. 핀테크 분야에선 금융권 망분리에 대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비바리퍼블리카 신용석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정보보호 분야에만 100개 이상의 규제가 있고, 특히 망분리는 해외 어떤 국가에도 없는 과잉 규제”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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