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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이즈 감염자 급증…'에이즈 학습회' 등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오후 5시.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인 신주쿠(新宿)에 있는 카페 구스오(九州男)에서는 이색적인 '학습회'가 열렸다.

에이즈 감염자.환자 지원단체인 점프 프러스의 하세가와 히로시(長谷川博史)대표가 에이즈 감염 예방법에 대해 강의와 함께 상담을 하는 자리였다.

구스오는 남성 동성연애자, 즉 '호모'들의 전용 카페로 이날 모임에 참가한 13명의 남자들 모두 동성연애자들이었다.

요즘 일본에서는 의사와 시민들이 조직한 에이즈 계몽 및 의식개혁 운동 모임이 한창이다. 에이즈 감염자와 환자가 갈수록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6백21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일본의 한해 감염자 수로는 가장 많다.

지난 12일 유엔이 발표한 에이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에이즈 감염자는 1만2천여명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에는 그 수가 1만6천명, 2010년에는 5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색잡지.유흥가.심야 TV 방송 등 유해환경이 곳곳에 널려있는 상황에서 젊은층의 무분별한 성관계가 늘고, 동성연애자가 증가하다 보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에이즈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후생노동성 에이즈 연구반이 지난해 고교 2년생 1만1천여명을 조사했더니 30%가 성경험이 있고, 성경험자의 70%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콘돔 제조회사들은 에이즈 예방단체들과 협력해 상담 전화번호와 문답형 에이즈 예방법 등이 들어 있는 콘돔을 시판 중이다.

에이즈 예방단체인 플레이스 도쿄의 이케가미 지즈코(池上千壽子)대표는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예방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신다니 다다시(紳谷忠) 아이치현 적십자혈액센터 연구원은 "헌혈 과정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 신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점프 프러스의 하세가와 대표는 "에이즈를 '죽음의 병'으로 생각해 공개를 꺼리는 바람에 병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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