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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재창출 떳떳하게 하겠다" 부엉이 해체후 다시 뭉친 친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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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해철 민주당 의원(왼쪽)은 2018년 '부엉이모임' 사조직 논란 당시 "밤에도 있으면서 문 대통령을 지키는 역할을 하자고 해서 부엉이로 했던 것"이라고 했었다. 오른쪽은 20대 국회에서 '부엉이 모임' 출신으로 유일하게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 뉴스1

전해철 민주당 의원(왼쪽)은 2018년 '부엉이모임' 사조직 논란 당시 "밤에도 있으면서 문 대통령을 지키는 역할을 하자고 해서 부엉이로 했던 것"이라고 했었다. 오른쪽은 20대 국회에서 '부엉이 모임' 출신으로 유일하게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 뉴스1

“친문(親文)들은 모임 한 번 한다고 비판에 시달렸다. 이제는 차기 정권 출범을 위해 대놓고, 떳떳하게 하겠단 거다.”

더불어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연구원’에 참여하는 한 의원이 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한 말이다. 민주주의4.0는 민주당 의원 50여 명과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한 사단법인이다. 이 의원은 “다른 계파들은 연구소를 만들며 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친문도 당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연구하고 실천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게 설립 취지”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4.0’ 청와대 출신도 참여 #비문 “특정 후보 미나” 견제 움직임 #6일 김경수 재판…앞으로 행보 주목

민주주의4.0은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코로나19와 신(新)문명’이라는 주제로 창립세미나를 연다. 홍영표·전해철·김종민·황희·강병원 의원 등 친문핵심과 김영배·정태호 의원 등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민주주의4.0은 ‘부엉이 모임’이 계파 정치 논란에 2018년 7월 자진해산한 후 친문그룹의 집단적 정치활동이 표면화된 결과물이다.

친문·靑인사 주축에 일부 운동권 포함

연구원은 일단 정책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전략을 연구하자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문 인사도 “부엉이 모임 해산 이후 1년 가량 따로 모이면서 연구원의 방향을 고민했다”며 “사회변화에 발맞춘 정책 어젠더를 개발하고 이를 차기 후보들이 수용하면 성공인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4.0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은 도종환 민주당 의원. '부엉이 모임'의 작명도 시인 출신인 도 의원이 했다는 말이 돌았다. 중앙포토

민주주의4.0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은 도종환 민주당 의원. '부엉이 모임'의 작명도 시인 출신인 도 의원이 했다는 말이 돌았다. 중앙포토

실제로 부엉이 모임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민주주의4.0의 외연은 그보다 넓다. 친문이지만 이낙연 대표 측에 선 박광온 사무총장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 윤호중·정태호 의원도 참여한다. 86그룹이자 김근태(GT)계 수장 격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최종윤·허영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원조 친노(親盧) 이광재 의원과 더좋은미래 소속 신동근·김영호 의원도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 친문 의원은 “초선만 20명이 넘고 지금도 계속해서 참여자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비문 의원들에게선 “차기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한 사전 모임 성격이 아닌지 유심히 보고 있다”(수도권 중진)는 말이 나온다. 참여자 내부에도 의구심이 존재한다. 86그룹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연구원 방향이 맞다고 생각해 참여했지만 계파 정치화되면 나는 나가겠다”고 했다.

당내 주도권 싸움 본격화?

민주주의4.0의 행보가 주목받는 건 발족 시점이 향후 2년 간 숨가쁘게 돌아갈 정치시계의 출발점과 맞물려서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5월) 선거가 이어진다. 그리고 바로 대선 모드다. 2022년 3월 대선은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금부터 2년의 일정에서 정권 재창출 여부는 물론 당내 주도세력도 재편된다”며 “친문도 때를 놓치면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8월 전당대회에서 친문 지지를 바탕으로 낙승했다. 그러나 이후 친문의 집단적 지지는 얻지 못한다고 한다. 민주주의4.0연구원 발족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이 대표 측 인사들은 구성원 파악에 분주했다고 한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8월 전당대회에서 친문 지지를 바탕으로 낙승했다. 그러나 이후 친문의 집단적 지지는 얻지 못한다고 한다. 민주주의4.0연구원 발족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이 대표 측 인사들은 구성원 파악에 분주했다고 한다. 오종택 기자

친문그룹은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당내 주류의 길을 걸어왔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대 국회 당시 4명의 원내대표 가운데 3명(우상호·우원식·이인영)이 친문 직계와는 거리가 있는 86그룹에서 배출된 것도 물밑에서 작동하는 친문 견제심리의 결과로 해석돼 왔다.

친문 그룹 내에 깔려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건 우리인데 과실은 다른 쪽에서 따간다”(수도원 재선 의원)는 인식은 민주주의4.0이 당내 주도권 싸움의 진지로 기능할 거란 전망과도 연결된다. 한 중진 의원도 “당 대표에 나서려는 홍영표 의원이나, 원내대표에 생각이 있는 전해철 의원의 지지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도권 경쟁에 나선다면 이미 86그룹을 중심으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으로 자리잡은 ‘더좋은미래’나 특정 차기 대선 주자 중심의 의원그룹과 경합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나 대표 선거 등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 의사를 선명하게 드러내긴 어렵단 관측도 나온다. 한 친문 의원은 “국회의원 50여명이 1명의 후보를 지지하긴 어렵고 그게 목표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만약 특정 후보를 민다고 하면 모임 자체가 깨질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재판 변수되나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항소심 판결이 6일 나온다. 김 지사가 판결에 따라 친문조직이 그를 대선주자로 지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부산친문'인 그와 '부엉이 모임'의 주축인 친문직계와는 거리가 있단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항소심 판결이 6일 나온다. 김 지사가 판결에 따라 친문조직이 그를 대선주자로 지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부산친문'인 그와 '부엉이 모임'의 주축인 친문직계와는 거리가 있단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민주주의4.0에 참여하는 한 친문 인사는 모임의 성격에 대해 “(당분간) 차기 대선주자를 향해 ‘친문은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울타리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캠프 진용 구축이 한창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측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한 데 모여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6일 열리는 친문핵심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선고는 이들의 정치적 행보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은 “김 지사의 족쇄가 풀려 대선 행보에 나서면 연구원 구성원들 중에도 여러 사람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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