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이즈총회 개막

중앙일보

입력

제14차 세계 에이즈총회가 7일 전세계의 에이즈 연구 자와 운동가, 의사, 정책입안자 등 1만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돼 엿새간의 회의에 들어갔다.

올해 14번째로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인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리카와 중국과 구(舊) 소련권 등 개발도상국의 에이즈 확산 방지 대책이 집중 논의되고 에이즈 예방과 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도 발표된다.

인류와 에이즈의 싸움이 30년째 접어들고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가 세계 적으로 4천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 획기적인 에이즈 퇴치 방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피터 피오트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총장은 개막식 연설을 통해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아직 에이즈 초기에 머물러 있다'며 '에이즈 피해가 심각한 국가에서조차 에이즈가 수 그러드는 조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국 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부 7개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에이즈로 인해 40년 전보다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츠와나는 성인의 38.8%가 HIV에 감염돼 있고 평균수명이 39세에 불과했으며 보츠와나와 모잠비크, 레소토, 스와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0년까지 인구가 감소하고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는 인구증가율이 0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과 구 소련권, 그리고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에이즈가 급증세를 보 이고 있으며 러시아는 지난 3년 간 에이즈 환자가 15배 이상 늘었다.

피오트 사무총장은 '우리의 과제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최근 HIV가 확산하 기 시작한 국가가 아프리카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면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 피해가 극심한 국가들은 에이즈가 경제와 사회구조에 미치는 부담 으로 인해 큰 혼란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 국가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 도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피오트 사무총장은 '에이즈에 관한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들은 우리의 신뢰로 보답을 받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리를 잃게 만드는 날이 오도록 하자'고 말하고 지난해 유엔 특별총회에서 약속된 각국 정상들의 에이즈 퇴치기금 기부 약속 이행이 내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차기 에이즈 총회 때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98년 이후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에이즈 퇴지대책 지원액이 6배나 증가해 연간 28억 달러에 이르게 됐지만 이 금액은 개도국에 필요한 금액의 3분의1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

피오트 사무총장은 개발도상국에서 우간다 정부가 성생활 안전 캠페인과 에이즈 진단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룬 에이즈 확산 방지성과를 얻으려면 10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각료급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에이즈 총회에 참석한 토미 톰슨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회의는 미국이나 전세계에 대단히 중요한 행사이며 우리가 만나서 지금까지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하기에는 더없는 기회'라고 밝혔다.

톰슨 장관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각국의 비판을 의식한 듯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HIV 및 에이즈 퇴치를 위한 국제 예산을 연간 7억2천600만달러에서 11억2천만달러로 증액했으며 2003회계연도에는 국제 및 국내 에이즈 대책을 위해 전년도에 비해 10억달러가 늘어난 161억달러를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바버라 리 미국 하원의원은 미국이 세계은행의 에이즈 퇴치 신탁기금에 대한 기부를 늘릴 것과 다른 부국들도 에이즈 퇴치에 자원을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세계 에이즈총회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며 폐막식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개막행사가 시작되는동안 회의장 앞에서는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에이즈 치료, 지금 당장'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개발도상국 환자들이 에이즈 치료약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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