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흡연, 남성 생식기능 저하시켜

중앙일보

입력

환경호르몬과 흡연이 남성의 생식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제시되었다.

영국 킹스대학 생식생물학 교수 린 프레이저 박사와 독일 뮌스터 생식의학연구소의 미하엘 지츠만 박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인간생식학회 연례회의에서 각각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호프, 콩, 페인트 등 환경 속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 유사물질과 흡연이 정자의 수정 기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박사는 쥐를 대상으로 환경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여성 생식기에서 분비되는 자연 에스트로겐이 정자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한 결과 환경 에스트로겐이 정자의 '수정능력획득' (capacitation) 과정을 너무 빨리 유발시켜 정자가 막상 난자를 뚫고 들어가야 할 때 에너지를 소진시켜 버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정자의 '수정능력획득' 과정이란 자궁경부를 통과한 정자가 표면적인 형태가 바뀌고 꼬리가 더욱 유연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10배 이상 강화되는 단계를 말한다.

프레이저 박사에 따르면 환경 에스트로겐과 자연 에스트로겐 모두 이 과정을 촉진시키지만 환경 호르몬이 훨씬 빨리 이 과정에 불을 질러 막상 난자와 수정할 때가 되면 정자의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것이다.

쥐 실험에 사용된 환경 에스트로겐은 콩 종류에 들어있는 게니스타인, 호프에 함유되어 있는 8-프레닐나링게닌, 가정용 진공청소기, 페인트, 살충제 등에 들어있는 노닐페놀 등 3가지 였다.

한편 지츠만 박사는 단일 난자에 단일 정자를 직접 삽입하는 '세포질내 정자 삽입'(ICSI)과 시험관수정(IVF)을 각각 시도하는 부부 153쌍과 148쌍을 대상으로 남편의 흡연과 관련해 임신 성공률을 평가해 보았다. 전체 남편 중 70명이 습관성 흡연자였다.

그 결과 ICSI 그룹에서는 임신 성공률이 흡연 남편을 둔 여성이 22%로 남편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38%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IVF 그룹에서는 흡연 남편을 가진 여성이 18%,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을 둔 여성은 32% 였다. (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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