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오줌 싸는 아이 '배뇨 일기' 쓰게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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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구.초등 3년)군은 거의 매일 이불에 실례를 한다. 그래서 친척집에 가서 자지 못하고 여름캠프.야영 등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올해 초 영남대병원을 찾은 K군에게 담당의사는 2주간 '배뇨(排尿)일지'를 써오라는 숙제를 냈다.

이불에 오줌을 쌀 때마다 일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간단한 숙제였다. 이 일지는 뜻밖에도 K군의 야뇨(夜尿)증세를 크게 줄여줬다.

야뇨증은 어린이의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5~12세 남아 16%, 여아 10%가 연중 한번 이상 이불에 오줌을 싼다. 이중 3%는 매일, 10%는 매주 한번, 51%는 매달 한번 꼴로 야뇨증세를 보인다(대한비뇨기과학회).

국내에서 흔히 쓰는 것은 약물요법. 이미프라민을 주로 처방한다. 그러나 유럽에선 과량 복용시 약물중독 위험이 있다며 거의 안쓴다. 대신 데스모프레신이란 고가의 약을 주로 쓴다.

미국에선 약물보다 행동요법.야간 경보기 등 비(非)약물요법의 인기가 높다.

◇행동요법

집에서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행동요법 가운데 가장 널리 권장되는 것은 배뇨 일기 작성.

오줌 싼 아이는 야단치거나 모욕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너같은 아이가 많다'고 알려주는 것도 좋다. 기저귀를 채우는 것은 좋지 않다. 오줌싼 내의.이불을 세탁하는데 아이가 참여하게 하는 것은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된다.

◇수분섭취 제한

낮에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저녁식사 이후엔 목이 마르지 않을 정도만 수분을 제한적으로 준다. 이때 부모.자녀 사이에 적대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영남대병원 소아과 박용훈 교수는 "저녁식사 후에는 방광을 자극하는 초콜릿.우유.아이스크림은 먹지 말도록 해야 한다"며 "카페인이 든 음식.음료수도 이뇨작용이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광 훈련

낮에 오줌을 누고 싶을 때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등 잠시 참았다가 오줌을 누는 훈련을 하면 방광 용적이 커진다. 낮에 급히 소변이 마려우면 침대로 가서 누워 몇분 지난 뒤 화장실에 가는 '낮 리허설'도 효과적이다.

속옷이 소변에 젖으면 센서의 벨을 울려 잠을 깨게 하는 야뇨 경보기는 치료성공률이 40~70%로 다른 치료법에 비해 높다. 그러나 번거롭고 효과가 나타나는데 4개월 이상 걸려 국내에선 별 인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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