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중인 정보기술(IT) 업계를 견제하고 규제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대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발언이 IT업계에서 화제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는 지난달 27일 엔씨소프트를 방문한 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특위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정치권 규제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맞으면서 수용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 이해가 생기고 서로 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공개였던 간담회에서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 중 한명이 “IT기업은 가만히 놔둬도 잘 성장하는데 정치권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데 어떻게 보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이날 간담회 한 참석자는 “김택진 대표가 사회 여러 영역의 입장이 새로운 산업계(인터넷·게임)와 다를 수 있는데 이에 반대하는 정치권 규제와 견제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서로 얘기하다 보면 공통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고 그게 우리 사회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견제와 규제에 대해 무조건 반발하고 거부하기보단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얘기하는 과정을 거치면 상호보완 끝에 더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취지다.
김택진 대표는 이날 IT·게임 산업에서 좋은 인력을 확보할 방안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과거 세대 기준으로 보면 요즘 젊은 세대가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검색을 통한 학습량이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대”라며 “이들이 가진 장점을 우리의 경쟁력으로 연결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공개발언에서는 게임산업을 “디지털 액터(Actor·배우)를 만드는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김 대표는 “게임에서 기술적 요인으로 중요한 것은 게임 내 캐릭터만을 만드는 게 아니라 디지털로 연기할 수 있는 액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래 문화 콘텐트는 디지털 액터에 기반을 둬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 등장이 제조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것처럼 디지털 액터를 키우는 과정에서 문화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게임과 AI(인공지능)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하자는 정책간담회였지만 김택진 대표의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김택진 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 나는 기업가”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