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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규제3법' 반대에 목숨거는 이유…1주1표 무시한 ‘한국에만 있는 법’

중앙일보

입력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를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를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5개 국가의 관련법을 살펴본 결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나 감사위원 분리선임의 사례가 없었다고 29일 밝혔다. 법무부는 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감사위원 1명 이상을 기업 외부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두 가지 조항은 ‘기업규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개정안·공정거래법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에서도 경제계가 가장 우려를 표하는 대상이다.

기업들 반대 진짜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사회 중심 경영’에 따라 회사의 중요 사안들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감사위원은 이사회 구성원중에서 선출한다. 감사위원이 가진 권한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은 ▶회사 영업에 관한 보고 및 조사권 ▶각종 서류 및 회계장부 요구권 ▶경영진의 경영판단에 대한 타당성 감사권 ▶자회사에 대한 영업보고 요구권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각종 소 제기권 등을 갖는다. 기업들은 “감사위원을 외부 세력이 맡을 경우 기업 기밀이나 핵심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에선 ‘청와대 인사에 야당 의원을 의무적으로 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

자료: 전경련

자료: 전경련

1주당 1표인데…“대주주가 죄 지었나”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규정이다. 해외 헤지펀드들이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이다. 현행법은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오너가 등)이 각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합쳐서’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제한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21.43%)와 특수관계인인 정몽구 명예회장(5.33%), 정의선 회장(2.62%)의 지분이 29.38%인데,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감사위원 선임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로 크게 줄어든다.

30위 기업중 23곳이 ‘외부인’ 노출

전경련이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이 되는 시가총액 30위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9월7일 기준 최대주주·특수관계인·국민연금·국내기관투자자·외국기관투자자 지분 현황을 분석해보니, 헤지펀드 등 외국 기관투자가 연합해 기업에 감사위원을 앉힐 수 있는 기업이 77%인 23개사나 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10대 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는 “시세차익 등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 등의 공격도 문제지만 한주당 한 표가 주어지는 ‘1주1표’주의를 무너뜨리는 선례를 만드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전경련

자료: 전경련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제가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G5(주요 5개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지배구조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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