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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지적 다음날 '감찰'…윤석열 동시 때리는 與·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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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권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을 향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62·14기) 법무부 장관도 감찰 등 카드를 꺼내 들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역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이 사실상 ‘한목소리’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된다.

옵티머스 ‘부실’ 지적 나오자 ‘감찰’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권은 지난 2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9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관련 사건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은 당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된 과정과 결과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었다.

이에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은 전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A4용지 4쪽 자리 분량의 글을 올려 수사 및 처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여권 측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옵티머스 측 고문을 맡고 있던 이규철 변호사와 윤 총장과의 특별검사팀 인연을 문제삼는 여권의 지적에는 “해당 변호인과 면담, 통화, 사적 접촉한 사실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전날 오후 늦게 당시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감찰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수사 축소 및 봐주기 의혹 ▶유력 인사 로비 여부 ▶사건 처리 당시 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중요사건 미보고·미결재 경위 등을 감찰 대상으로 거론했다. 국정감사에서 여권이 지적한 쟁점이 위주다.

한명숙·라임 사건서도 발 빠른 대응

여권 지적에 따른 추 장관의 발 빠른 대응은 전례가 있다. 앞서 지난 6월 법사위 회의에서 여권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을 인권 문제로 변질시켰다”며 대검 감찰부의 중요참고인 직접 조사를 지시했다.

최근에 진행된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 접대 의혹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가 계속 중이던 같은 날 오후 늦게 추 장관은 수사 검사 또는 보고 계통에서의 은폐·무마 여부 감찰을 지시했다. 라임 관련 여야 정치인 수사가 차별적으로 진행됐다는 여권 지적에 대한 감찰 지시도 있었다.

추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여권이 윤 총장 발언에 대해 지적하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될 검찰총장으로서는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며 “대단히 죄송스럽고, 지휘·감독권자로서 민망하게 생각한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與·秋 한목소리”…검찰 안팎 지적

검찰 안팎에서는 여권과 추 장관이 윤 총장 압박 등에 있어서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에 따라 법무부의 감찰이나 지휘권 행사 등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절제된 ‘권한’ 행사가 아닌 정치권의 ‘공세’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감찰과 지휘권, 인사 등이 남용되다 보니 그 자체의 무게감과 엄중함은 희미해졌다”며 “절제된 장관의 권한이 아닌,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상대방 공격용 카드와 같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도 “윤 총장 및 검찰을 겨냥한 정치권의 공격에 법무부의 권한이 더해졌다”고 전했다.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는 내부망을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와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내부망에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한 부장검사는 “정치에서의 약육강식, 편 가르기 등이 검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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