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간부, 민간기관서 금품수수 의혹…제공 기관 14억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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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소속 산하 기관 및 공공·유관기관 등 2020 종합감사에 출석,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소속 산하 기관 및 공공·유관기관 등 2020 종합감사에 출석,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맡은 교육부 간부가 민간기관서 태블릿PC와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품을 제공한 기관은 교육부에서 연간 수억 원의 용역을 따내 금품의 대가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미래교육추진팀 직원들이 최근까지 민간 비영리법인 A기관에서 150만원 상당의 태블릿PC 2대를 제공받아 사용했다. 태블릿PC는 팀장인 교육부 간부가 A기관에 달라고 요구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팀장은 업체에서 법인카드도 받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법인카드는 팀장이 보관하며 사용했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파악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팀장이 의원실을 찾아와 태블릿PC는 업무를 위해 잠깐 빌렸을 뿐이고 각서도 썼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각서도 보여주지 않고, 법인카드 사용처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기관, 자문료 연간 12억원 받아…사업 14건 따내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1998년 설립된 A기관은 학교 환경 개선과 관련된 연구와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공간혁신 사전기획 용역 등을 맡고 있는A기관에 연간 12억원 규모의 자문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구조개선 자문을 맡아온 A기관은 직접 관련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A기관은 교육부가 발주한 학교구조개선 사업 31건 가운데 절반(45.2%)에 가까운 14건을 따냈다. 총 수주 규모는 약 7억8000만원이다.

교육계에서는 공간 개선 사업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학교가 발주한 사업에 교육부 관계자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평가 방식에도 개입한다는 주장이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금품을 제공 받은 건 김영란법 위반 행위"라면서 "대가성이 있는지에 따라 뇌물죄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가성 있다면 뇌물죄도 성립"…교육부 "자체 조사"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그린 스마트 교육을 시행 중인 서울 중구 창덕여자중학교를 방문해 테크매니저로부터 스마트 교육에 활용하는 태블릿PC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그린 스마트 교육을 시행 중인 서울 중구 창덕여자중학교를 방문해 테크매니저로부터 스마트 교육에 활용하는 태블릿PC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학교공간혁신 사업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 사업에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지난 7월 2021년부터 5년간 총 18조 5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40년 이상 지난 노후건물’ 중 2835동을 미래학교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김병욱 의원은  "교육부 팀장이 지원 기관에 태블릿을 직접 요구했다는 것을 이미 시인했다"면서 "굳이 외부기기를 이용한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파일을 교육부 내부 서버 기록에 남기지 않고 전달하려고 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해당 팀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교육부는 현재 자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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