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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아! 놀자 '간 큰 생쥐' 탄생…대인공포증 치료 길 열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으로 '간 큰 생쥐'를 만들어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습 및 기억현상 연구단 신희섭 박사팀은 두뇌 속의 특수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없앰으로써 공포감을 거의 못 느끼는 생쥐를 만들어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보통의 생쥐는 자신보다 몸집이 5~6배 큰 집쥐 앞에 놓으면 공포에 질려 꼼짝도 않는 '경직 현상'을 나타내는데, 유전자 조작으로 공포감을 없앤 생쥐는 집쥐에게 다가가서 수염을 툭툭 건드리기도 한다는 것.

또한 마당 달린 집을 지어주면 보통 생쥐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집 속에 숨어 있는 시간이 많은데 간 큰 생쥐는 보란 듯이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곧 이 연구 결과를 학술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신박사팀은 이에 앞서 이화여대 최석우(의학과) 교수와 함께 또다른 유전자를 조작하면 비정상적으로 겁이 많은 생쥐를 만들 수 있음을 밝혀내 논문을 미국 과학원보 3월호에 싣기도 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뇌 속의 활성 물질을 없애거나 늘려 공포감을 느끼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공포'라는 감정 자체가 두뇌의 활동에 따른 것이기 때문.

즉 두뇌에서 특정한 신호가 나오면 사람을 비롯한 포유동물은 공포를 느끼고 식은 땀을 흘리거나 몸이 굳어지는 만큼 이런 신호를 내는 물질의 분비를 적절히 조절하면 공포감도 덜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두뇌의 중간 우측에 있는 '편도체'라는 부분을 제거하면 생쥐가 고양이 앞에서도 전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90년대 초반에 밝혀졌다.

최석우 교수는 "그러나 편도체를 제거하면 감정 자체가 거의 없어져 아무리 극도의 공포증을 보이는 사람이라도 이 방법을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대안으로 편도체 안에서 특히 많이 활동하는 단백질을 찾아내 이를 만드는 데 관계된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대인공포증.폐쇄공포증.광장공포증 등 비정상적인 공포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박사는 "공포감을 없앤 생쥐는 통증도 잘 못느끼고,무엇보다 반복 학습에 따른 기억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유전자 조절 기법을 사람의 공포증 치료에 이용하려면 이런 부작용이 없어야 하므로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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