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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면·사벌국면 ‘동네이름 바꾸기 붐’…이번엔 ‘문무대왕’ 등장

중앙일보

입력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앞 바다.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이 있는 곳이다. [사진 경주시]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앞 바다.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이 있는 곳이다. [사진 경주시]

대가야, 사벌국, 삼국유사에 이어 이번엔 문무대왕이 거론되고 있다. 거창한 역사서 제목이 아니라 경북지역의 동네 이름들이다.

경주시 양북면 문무대왕면으로 변경 추진 #앞서 삼국유사면, 대가야읍, 사벌국면 등

 경북 경주시는 26일 "경주 양북면을 ‘문무대왕면’이라는 새 명칭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무대왕면이란 새 이름은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 사적 제158호가 있다는 점에서 따왔다.

 명칭 변경을 위해 경주시는 최근 명칭변경 주민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마을 1288세대 중 1137세대인 88.3%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구체적인 명칭 제안에는 ‘문무대왕면’이 76.5%로 압도적인 찬성을 얻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명칭변경추진위원회에서 새 명칭 안을 선정해 최종 의결하면 분야별 전문위원 검토를 거쳐 관련 조례를 순차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역자치단체나 시·군 단위 지자체의 명칭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속한 읍·면 단위의 행정구역 명칭은 자체 조례만 만들면 바꿀 수 있다. 단, 주민 과반수가 투표해 3분 2 이상 찬성해야 가능하다. 문무대왕면이란 면 단위 명칭 변경은 이 기준에 충족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경주시의 설명이다.

 양북면은 조선시대까지 감포, 양남과 함께 동해면으로 불렸다. 그러던 것을 1914년 일제강점기 당시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단순히 방위에 따라 양북면으로 정해졌다.


 최근 동네 이름 바꾸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새 이름으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일제 잔재를 없애고, 이름 자체만으로 지역색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앞서 지난 6월 경북 군위군은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꾸고, 내년 1월부터 새 이름을 쓰기로 했다. 고로면은 옛 고(古)에 늙을 로(老)자를 쓴다. 단순히 '오래된 곳이고, 늙었다'는 고로(古老). 일제시대 행정구역 개편 때부터 쓰인 이름이다. 삼국유사면이란 새 이름은 고로면에 삼국유사를 집필한 사찰인 '인각사'가 있다는 점에서 따왔다.

 지난해 경북 청송군은 부동면을 ‘주왕산면’으로 바꿨다. 부동면 역시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부터 쓰인 이름이다. 마을 부(府)에 동쪽 동(東). 방위에 기초해 만든 이름이다. 청송군은 지역 대표 관광지인 주왕산을 담은 새 이름으로 개명했다.

 경북 상주시에서도 지난해 기존 ‘사벌(沙伐)면’에 국(國)자를 더해 ‘사벌국면’으로 개명했다. 과거 사벌면 일대가 소국인 ‘사벌국’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경북 고령군 고령읍도 2015년 동네 이름을 ‘대가야읍’으로 바꿨다. 고령읍은 높을 고(高)에 신령 령(靈)자를 쓴다. 발음만 놓고 보면 나이가 많다는 고령(高齡)과 같아 명칭 변경이 추진됐다. 대가야읍은 고령군 일대가 1600여년 전 고구려·백제·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가야의 수도였다는 점을 강조한 명칭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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