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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마이크로웨딩 “고객님, 빈 날짜가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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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롯데호텔 서울의 아테네가든 . 유럽의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 서울의 아테네가든 . 유럽의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사진 롯데호텔]

직장인 조모(29)씨는 지난 8월 말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서울의 한 특급호텔로 급하게 장소를 변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초청할 수 있는 하객 수가 줄면서 당초 예약했던 웨딩홀에서 식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초청하는 하객 규모가 작아지다 보니 비슷한 예산(500만원대·하객 40명 기준)으로 호텔에서 결혼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조씨는 “평소 호텔 결혼식은 미처 생각도 못 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좋아 주변에도 호텔 스몰웨딩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결혼 신풍속 #코로나로 하객 적지만 화려하게 #40명 미만 500만원대로 치러 #혼인 줄었어도 럭셔리예식 호황 #롯데, 내년 예약률 전년비 20배

특급호텔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매출 급감으로 울상이지만, 웨딩사업만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몰웨딩’(하객 수 100명 미만)이 호텔에서도 자리를 잡으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혼인 건수는 약 12만6000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기간 특급호텔에서 유치한 결혼식 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서울은 올해(1~9월) 치른 결혼식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도 올해 9~12월 확정된 결혼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많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빈 날짜가 없어 웨딩 예약도 못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과거 특급호텔 웨딩은 주로 하객 3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형 예식이었지만, 최근엔 스몰웨딩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롯데호텔 서울에서 치러진 스몰웨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결혼식 증가율(20%)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몰웨딩 문의 건수도 전년 동기의 3배가 넘는다. 올해 하반기 롯데호텔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인 결혼식의 절반 이상이 이런 스몰웨딩이다.

스몰웨딩 중에서도 더 작은 규모의 ‘마이크로웨딩’(하객 수 50명 미만)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올해(1~9월) 치러진 마이크로웨딩 건수는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 마이크로웨딩 예약률은 전년도 상반기의 20배 이상이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도 마이크로웨딩 매출이 2020년 누계로 전년 동기보다 53% 이상 늘었다.

이런 현상은 ‘스몰 럭셔리’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규모를 줄이는 대신 돈을 더 들이더라도 결혼식 연출 디테일이나 식사 등에 더 신경 쓰는 예비부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해외 신혼여행이 막히면서 결혼식 자체를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는 보상소비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예기치 않게 상승할 경우 바로바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호텔 서울은 여러 연회장을 동시에 사용하는 ‘따로 또 같이’ 예식이 가능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결혼식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 비대면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결혼식 현장을 중계한다.

조종식 롯데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호텔에서 결혼한 고객에겐 패밀리 회원으로 결혼기념일이나 돌잔치 등 생애 특별한 날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스몰웨딩의 경우 결혼 예정일을 2~3개월 앞두고 예약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웨딩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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