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상호(55·구속)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과거 서울 삼성동 룸살롱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사진이 지난 3월 언론에 공개됐다. 이 사진을 공개한 건 김 전 회장의 ‘작업’이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23일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위원장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모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에 따르면 당시 언론에 공개한 사진은 김씨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었다.
김씨는 “2018년 4월 말 김 전 회장 소개로 이 위원장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검사가 이들의 사진을 촬영한 배경을 묻자 김씨는 “언론에서만 보던 사람(이 위원장)과 식사를 하니 신기했다”며 “동료들에게 자랑하려고 사진을 찍었다”고 답변했다.
김씨가 언론사에 사진을 제보한 건 김 전 회장의 지시였다. 그는 법정에서 “올해 3월 말 김 전 회장이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과정에서 이 사진을 올리게(‘제보했다’는 의미) 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난다”고 전제하면서도 “(김 전 회장이) 이 위원장과 관련해서 기삿거리가 될 수 있으니 언론에 노출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도피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면, 이 위원장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 결국 도피 중인 그가 이 위원장에게 일종의 ‘SOS(조난신호)’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호 룸살롱 사진’ 배후는 김봉현”
구체적으로 김씨는 언론사 출신 박모 씨를 통해 특정 언론사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는 “(김 전 회장이) 룸살롱 사진만 제보하라고 했다”며 “이 위원장에게 20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줬다는 의혹은 제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룸살롱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3월을 전후로 일부 언론은 ‘이 위원장이 김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받았다는 간접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증인 김씨가 일한 수원여객은 수원모빌리티가 2018년 인수한 기업이다. 수원모빌리티는 사모펀드 운용사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가 2017년 12월 설립했다.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는 라임자산운용에서 돈을 빌려 수원여객을 인수했다. 김 전 회장은 증인 김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원여객 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날 진술은 이 위원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며 “검사가 불리한 진술을 회유하거나 묵시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조성했느냐”고 묻자 김씨는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답변했다.
이우림·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