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술에 약한 여자 몸 속 `술통` 남자의 반

중앙일보

입력

28세의 미혼 직장여성 P씨. 2년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혼자 술을 마시는 날이 많다.

퇴근후 매일 소주를 즐기고 술없이는 잠을 자지 못한다. 요즘은 잠자다 전화를 받으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며 음주관련 단체에 고민을 털어놨다.

술 마시는 여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엔 주부들의 점심 모임에도 으레 술이 곁들여지는 '여성에게 술 권하는 사회'가 됐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www.kodcar.or.kr)가 여성 1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0년)에 따르면 음주경험자(한번이라도 술을 마신 여성)는 81%에 달한다.

'최근 1년간 한번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현재 음주자도 72%였다. 이 센터가 1997년 발표한 현재 음주자 비율(51%)보다 훨씬 높아진 것.

그러나 습관적 술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미치는 폐해가 더 크다는 인식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알콜중독성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리도 소홀한 실정이다.

간질환 등 '술병'에 걸리게 되는 기간도 남성보다 짧다(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술을 담을 '술통'이 적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 안의 수분(물)에 술이 담기게 된다.

그런데 여성의 체내 수분 비율은 50~60%로 남성의 70%보다 적다. 술을 담을 '술통'이 적은 것이다. 대신 술을 담지 못하는 지방 비율은 25%로 남성의 20%보다 높다.

술은 위(胃)에서 20%, 간에서 80% 가량이 분해된다. 그러나 여성은 위의 알콜분해효소 능력이 남성의 4분의 1밖에 안된다.

따라서 술이 대부분 간까지 흘러들어가 간의 부담이 커지고 빨리 취하게 된다.

간혹 남성보다 술이 센 여성도 있다. 이는 알콜분해 능력의 유전적인 개인 차이 때문이거나 지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의 안전음주량은 남성의 절반

직장 회식 등 술자리에서 남녀 직원이 똑같이 '원샷'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성이 한잔 마실 때 여성은 반잔 이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여성의 안전한 하루 알콜 섭취량은 13~15g(순수 알콜 기준)으로 남성의 딱 절반"이라며 "이는 소주.위스키.와인 한잔, 맥주 한캔, 막걸리 한사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윤도경 교수는 "체중 70㎏인 남성과 60㎏인 여성이 둘다 소주 한잔 반 정도를 섭취한 경우 남성은 음주운전 단속에 안걸리지만 여성은 적발된다"고 지적했다.

◇유방암.간 질환.생리 불순 위험 높아져

젊은 여성의 장기 음주는 뇌의 황체호르몬(LH)분비량을 줄일 수 있다.

성호르몬을 관장하는 이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 불규칙한 생리.불임 등의 소지가 있다.

술을 즐기는 여성은 남성보다 간에 탈이 나기 쉽고 알콜성 간염, 간 경화 발생 위험이 크다.

술을 마시면 간을 보호하기 위한 물질(지방산결합 단백질)이 나오는데 여성은 이 물질이 적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김광기 교수는 "소주 두잔 정도를 매일 마시는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0~30% 높고 매일 소주 한병 이상 마시면 위험도가 두배 높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폐경 여성에게는 적당한 음주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보약'이 될 수 있다.

이 시기에 술을 마시면 남성호르몬(안드로젠)이 소량 나와 골(骨)밀도를 높여준다는 것.

◇임신준비 여성은 완전 금주해야

임신부가 술을 마시면 자연유산.사산.저체중아 출산 가능성이 커진다. 임신 중의 음주는 태아가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박상원 교수는 "임신부가 술을 마시면 간기능이 성인만 못한 태아가 이를 해독하지 못해 부작용.기형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특히 앉은 자리에서 맥주 5잔 이상 폭음을 하면 아이의 학습능력과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