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인하 카드에도 공시가 6억~9억 ‘낀주택’ 세금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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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을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을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집값을 잡기 위해 고삐를 죄기만 하던 정부가 ‘완화 카드’를 만지고 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종합부동산세 손질까지 거론됐으나 재산세 경감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증세 정책이 주택 1채를 보유한 실거주까지 세 부담을 높였다는 불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재산세 부담은 얼마나 커진 걸까.

예컨대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현대아파트(전용면적 114㎡) 한 채를 갖고 있다면 올해 재산세로 130만원을 냈다. 3년 전(56만원)보다 132% 오른 금액이다. 21일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가 최근 3년간 공시가격 변화를 고려해 모의 계산(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재산세가 늘어난 데는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017년 4억9500만원에서 올해 8억700만원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63% 뛰며 1주택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는 공시가 9억원에 근접해진 것이다.

최근 공시가 6억~9억 미만 주요 아파트의 재산세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공시가 6억~9억 미만 주요 아파트의 재산세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서울은 집값 급등과 정부의 적극적인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재산세는 종부세와 달리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주택 소유자가 내야 한다. 어렵사리 서울에 주택 1채를 마련한 실수요자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올해 재산세 상한인 30%까지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은 가구는 57만6249가구(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4만541가구)과 비교하면 14배 늘었다. 올해 부과된 세금은 8429억1858만원으로 3년(313억2450만원) 전보다 27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세 부담을 끌어올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정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율을 낮추는 방안으로 보완 방안의 가닥을 잡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이달 중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중저가 아파트의 재산세율을 인하해 세액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발표하겠다”고 했다.

재산세 인하 카드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재산세 인하 대상인 중저가 아파트를 구분하는 잣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5억~6억원 미만 주택이 중저가 주택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8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며 “중저가 기준에 대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5억~6억원 이하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중저가 주택 기준을 두고 기재부 등 관계기관과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 부담으로 가장 몸살을 앓게 될 사람들은 공시가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다. 아파트 시세로 따지면 9억원 이상~13억 원대다. 아파트값과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라 재산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어서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이 9억원 문턱을 넘어서 종합부동산세를 낸 사람도 많다. 예컨대 서울 마포구 용강동 마포대림2차e편한세상(전용면적 118㎡) 거주자라면 2장의 고지서에 깜짝 놀랐을 수 있다. 재산세(153만원)는 3년 전(85만원)보다 80% 이상 오른 데다 올해 처음으로 내는 종합부동산세(86만원)까지 합하면 239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정부의 세수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재산세 인하 방안은 저가 주택을 보유한 서민에 한정된 대책”이라며 “현재 서울은 '아파트값 10억시대'이기 때문에 집 한 채를 보유한 중산층은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경섭 세무사는 “손에 쥐지 않은 (주택의) 미실현이익에 중점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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