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특검이 무슨 관계인지 납득할 수 없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야당이 공수처 출범 조건으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자 여당은 ‘공수처 밀어붙이기’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 요청에 대해 번번이 조건을 달았고 계속 말을 바꿨다”며 “이제는 공수처를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연계하는 이해하기 힘든 조건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시간 끌기를 그만하고 추천할지를 명료하게 밝혀달라”며 “민주당은 (공수처 구성 최종시한으로 통보한) 26일이 지나면, 법 개정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추천위원 구성을 거부하면 국회법에 따라 법안 소위를 개최해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 및 의결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특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여당이 특검 도입을 일축한 이유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통상 특검 대상과 기간을 확정하고 특검을 임명하기까지 1~3개월가량 걸리는데 한 여당 법사위원은 “검찰에 맡겨도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데 특검을 도입하면 구성부터 정쟁이 벌어지면서 정치적 피로도가 커진다”고 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기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여권 인사 여럿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칫 정권 말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당장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불똥이 튈지 모른단 우려도 나온다. 한 법사위원은 “특검이 길어지면 수사 결과와 별개로 의혹 자체가 커지며 여당엔 정치적 부담을 줄 것”이라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는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특검이 여권에 불똥 튄 사례도 있다. 민주당은 2018년 5월 야권이 주장한 ‘드루킹 불법 댓글 사건 특검’을 전격 수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친문(親文)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 재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었다. 여권 관계자는 “친문들은 아직도 드루킹 특검을 받은 당시 지도부를 욕한다”고 말했다.
여 “174석 힘으로”, 야 “여론은 우리 편”
마지노선을 닷새 앞둔 21일 여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시간표를 촘촘히 짜나가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27일 바로 법사위 1소위를 열어서 공수처법 심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을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안 3건(김용민·백혜련·박범계 민주당 의원안)을 병합 심사한 뒤 ‘법사위 1소위→법사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 3단계를 일사천리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한 법사위원은 “야당이 반대해도 여당만으로도 표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임·옵티머스)사건을 국민이 납득하도록 말끔하게 수사하려면 특검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더 관심을 두고 특검 지시를 내려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동시처리’ 제안에 힘을 보탠 거다. 국민의힘은 20일 ‘독소조항’(공수처 기소권 삭제 등)을 뺀 공수처법 개정안(유상범 의원 발의)을 발의해 심사 과정에서 여당 발의법안을 제지하겠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여권 연루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날치기 처리하면 지난 8월 부동산3법 단독처리 후 여권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