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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국 의대 `입성`… 어바인의대 정식과목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있는 어바인 의대 강의실. 30여명의 본과 1학년 의대생이 한국에서 온 한의사의 강의와 시술 모습을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강사는 우리나라에서 추나(推拿)요법을 개발.보급하고 있는 자생한방병원(서울) 신준식 원장. 강의는 추나와 그가 개발한 동작(動作)침법 및 신응경(神應經)침법으로 이어졌다.

서양의학의 본산인 미국에서 한국의 전통 의술이 의대 정식과목으로 채택돼 강의가 이루어진 것은 한의학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의대생들은 처음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다가 그가 강의자료로 가지고 간 비디오가 시현되자 한국의 독특한 전통 의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비디오는 신원장이 국내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의대생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한의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

학생들은 휠체어나 들것에 실려 응급실에 온 환자가 추나치료와 침을 맞고 걸어나가는 장면에선 호기심이 놀라움으로 바뀌며 경탄했다.

어바인 의대는 뇌.척추 신경계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선두를 달리는 대학. 첨단 장비로 침술의 신비를 벗겨낸 한국 의학자 조장희 박사도 이 대학 교수다.

추나는 밀고 당기는 수기(手技)를 이용해 비뚤어진 척추와 관절을 바로잡아준다는 점에선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시술되는 카이로프락틱과 유사하다.

그러나 신원장은 "추나는 부드러운 동작을 통해 경직돼 있는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며 뼈를 자연스럽게 맞추고, 기(氣).혈(穴)의 소통을 도모하며, 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약물은 디스크와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을 완화시키는 핵귀요법, 급성기 통증이 가신 뒤 관절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양근요법, 퇴행성이나 골다공증 환자에게 골밀도를 높여주는 보골요법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이날 강의에선 이들 약물을 골절된 쥐에 투입, 뚜렷하게 효과를 보인 실험결과도 선보였다.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치료는 동작침법. 일반적으로 침은 환자가 행동을 정지한 상태에서 시술하지만 이 침법은 환자를 움직이게 하면서 침을 놓고, 침의 깊이가 4~5㎝로 깊은 특징이 있다.

뇌수술 후 손이 안쪽으로 굽은 환자, 턱관절 장애로 입을 벌리기 힘든 환자, 한쪽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환자가 동작요법으로 시술 즉시 굳어진 팔.다리를 움직이는 장면에선 학생들의 관심이 절정을 이뤘다.

신원장은 "어떤 원인에 의해 근육과 관절이 수축되면 혈액순환이 안돼 울혈이 되고, 어혈(瘀血)로 발전해 근육이 더욱 응축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며 "운동을 병행한 강한 침자극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동작 침법의 원리"라고 덧붙였다.

신응경 침법은 시술자의 기에 환자가 감응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시술법. 한방에서는 마비질환과 감각장애 질환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어바인 의대 국제동양의학연구소 서창석(신경 해부학과 교수)소장은 "최근 미국은 동양의학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대상이 대부분 중국의학"이라며 "한국의 전통 의술이 미국 의대에 정식 과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한의학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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