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개미' 천식 일으키는 집안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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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근면의 상징인 개미. 그러나 집안에 서식하는 개미가 최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골치 아픈 해충으로 등장하고 있다.

집에 사는 개미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아파트는 물론 음식점.상가 심지어 병원까지 들끓고 있는 실정.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집개미는 현재 전국 가구의 20%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산. 집개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애집개미가 일으키는 질병과 생태.습성.퇴치법을 알아본다.


◇어떤 질환을 일으키나=신촌세브란스 홍천수.인하대병원 김철우 교수팀은 이달 초 미국 알레르기학회에서 애집개미가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알레르기 환자 1백7명의 피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반응시켜 본 결과 이 중 22명(20.6%)에서 애집개미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것. 이들의 증상은 기도가 좁아지는 천식, 알레르기 비염, 눈 가려움증 등 다양했다.

홍천수 교수는 "개미 분말을 약물과 반응시켜 본 결과 7가지 항원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또 김철우 교수는 "애집 개미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항원성을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애집개미는 세균 오염의 매개원이 되기도 한다. 해충 방제회사 세스코의 기술연구팀 김현국 팀장은 "애집개미는 병원균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에서 발견된 애집개미에서 12종 이상의 병원균이 발견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습성 및 생태=애집개미는 이미 구한말 한옥에서 발견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애집개미의 '고향'은 '파라오 개미'라는 종명(種名)에서 알 수 있듯 아프리카와 같이 더운 지방이다.

지금은 춥고 건조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에 퍼져있다. 따라서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유지되는 아파트.병원.식당 등이 이들의 최상 주거지.

몸집은 1.5~2㎜, 황색 또는 적갈색에 가까운 색을 띠며 가슴부위가 골프공같이 올록볼록한 모양이 특징. 더듬이는 12마디이며 끝마디가 셋으로 갈라져 있다.

원광대 생명과학부 김병진 교수(곤충학)는 "애집개미는 크기가 작아 벽지 틈.천장 등 좁은 공간에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수백~수천마리씩 집단으로 거주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15층에 개미가 산다면 땅에서 올라간 것이 아니라 15층 어느 구석에서 수십 또는 수백개 군체가 집단 서식을 한다는 것.

애집개미의 또다른 특징은 한 그룹에 여러 마리의 여왕개미가 존재하고, 교미 때면 밖에 날아다니며 교미를 하는 결혼비행을 하지 않고 숨어서 번식을 한다는 점. 그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퇴치 방법은 없나=음식을 찾아다니는 개미는 전체 개미의 5% 정도. 따라서 살충제로 개미를 죽이더라도 극히 일부에 불과해 금세 번식한다. 살충제 살포는 차선책.

바퀴벌레 퇴치용 벽 스티커(독먹이 제제)를 주방 주변 곳곳에 붙여도 많이 죽어나간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선책은 음식물 찌꺼기를 없애고, 청소를 자주하는 등 청결을 유지하는 것. 냉장고는 추워서 침입하지 못한다.

애집개미를 완전 퇴치하려면 여왕개미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애집개미도 여왕개미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대단하다.

예컨대 독이 있는 음식을 일개미가 먹고 죽으면 이를 표시해 다른 개미가 먹지 못하게 한다. 음식은 일단 수캐미들이 먹어 3일 후까지 안전성을 확인한 뒤에야 여왕개미가 먹는다.

김현국 팀장은 "애집개미를 완전 퇴치하는 유일한 방법은 독을 먹게 하는 것으로 며칠에 걸쳐 서서히 죽도록 하는 독 먹이 프로그램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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